19대 대선
경제민주화 실천의지는 文>朴, 현실성은 朴>文, 총평은 "낙제점"
뉴스종합| 2012-11-28 09:33
〔헤럴드경제=한석희ㆍ조민선ㆍ양대근 기자ㆍ이정아 인턴기자〕18대 대선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대 화두는 단연 ‘경제민주화’가 꼽힌다. 경제민주화는 과거 성장위주의 경제 프레임에서 벗어나 ‘공정 경쟁’을 통한 상생의 경제 프레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시대정신과도 맞물려 대선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우선 순위에 올려 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를 바라보는 지향점은 극한 대칭점에 서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경제민주화=공정경쟁’ 등식에서 접근하고 있는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경제민주화=재벌 소유구조 개혁’에서 답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박 후보는 "재벌해체"라고, 문 후보는 "가짜 개혁"이라고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이와관련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두 후보의 주요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전문가들 공정경쟁 공약에는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면서도 총평에선 현실 가능성과 실천의지 등에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그릇을 바라보는 시각=경제민주화 각론에서는 문 후보가 박 후보에 비해 정책 강도면 등에서 다소 앞선 점수를 받은 반면, 현실가능성 등에서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박 후보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끌어 내려 하고 있고 현실 가능성 등의 부분에선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역시 각론의 정책 강도와 실천의지 등에선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두 후보 모두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집중하고 있고, 경제민주화 정책의 부작용 등에 대해선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대선을 위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수식어도 따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현 가능성만 보면 박근혜가 더 높다”며 “세계경제와 함께 국내 경제도 급속히 악화하는 상황에서 재벌이나 대기업 규제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나타날 수 있는 쪽은 박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에 대해선 “아이디얼하고 이상론적, 방법론적으로는 문 후보 쪽을 더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실현가능성에서는 문 후보 측에 의문부호를 붙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박 후보는 시장에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제지하겠다고는 하지만 기업의 재벌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는 형태와 다름 없다”고 꼬집었으며, 문 후보에 대해서도 “실천 방안은 의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1년만에 관료집단과 재벌에게 포획되면서 실패했는데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재벌 소유 구조 개편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박 후보와 문 후보가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재벌 소유 구조 개편 등 재벌개혁 방안이다.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시각과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에서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부분만 공약에 담았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의 조항은 “우리 기업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고, 지금 어려운 시점에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과거의 의결권까지 제한한다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거부했다.

반면 문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분의 경우 3년내 해소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출자분 만큼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했으며, 10대 기업에 대해선 순자산의 30%까지 출총제를 재도입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야권에서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는 우리와 다르다. 그쪽은 재벌해체가 최종목표가 되는 것이다”며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경제를 죽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대로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니 재벌개혁이니 모든 것이 선거용 빈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1%를 대변해온 후보와 정당의 실체를 드러낸 것”이라며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가짜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순환출자와 출총제 부분만 따로 떼놓고 볼 경우 전문가들은 일단은 문 후보에게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박 후보는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을 유보하고 있고, 문 후보는 이에 대해 강한 실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두 후보의 날선 공방 만큼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순환출자와 출총제는 좀처럼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진보적 학자들을 제외한 이들은 순환출자와 출총제의 현실성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순환출자 제도도 과거의 합법적인 틀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그리고 해소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금 동원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집권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출총제와 관련해서도 “효력이 없다고 판단된 정책으로 도입해도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도 “출총제는 순환출자를 강력하게 시행하면 필요하지 않은 사전적 제도”라면서 "박 후보가 출총제 반대 이유로 든 대기업 투자확대 필요는 출총제와 별 관계가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공정경쟁은 비슷비슷=재벌소유 구조 개편과 함께 경제민주화의 한 축인 공정경쟁 공약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누가 누구의 것인지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닮은 부분이 많다.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부당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방지는 물론 사업자-가맹점, 대형유통업체ㆍ납품 및 입점업체 간 불공정해위 근절,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 등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차이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느냐 개선을 하느냐에 있다. 박 후보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문 후보는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4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민주화를 잘 할 것 같은 후보’를 묻는 질문(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 40.8%는 박 후보를, 42.9%는 문 후보를 꼽았다. 오차범위 안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공정경쟁 부분에 있어선 두 후보의 각론에 대한 접근도는 평균 6~7점대로 낙제점을 면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특히 두 후보의 공약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적용과정에서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빠져 낙제점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강성진 교수는 “골목상권보호가 과연 기대한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소상공인 적합업종 지정은 결국 그들간의 주도권 싸음으로 이어져 그들간의 독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도 “두 후보 모두 유통법 수준의 규제를 약속하고 있지만 한미 FTA 위반 여부와 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또 규제를 넘어 영세자영업을 발전시킬 대책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양자 모두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은 미흡하다”면서 “모두 정책 보조금을 약속하고 있으나 이 문제는 현재의 구조에 단순히 돈을 더 준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으며 중소기업 네트워크의 형성, 영세자영업자 협동조합 네트워크의 구성과 지역공동체와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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