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대선 감초’ 허경영 이번에 왜 안 나왔대?
뉴스종합| 2012-11-29 11:30
“허경영 이번에 왜 안 나온대?”

최근 만나본 일반 유권자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선판이 재미없다”고 입을 모았다. 매번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던 이색후보ㆍ이색공약이 없어서 아쉽다는 것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황당한 공약이나 우스꽝스러운 후보가 혜성같이 나타나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색후보들은 선거에서 득표는 거의 하지 못했지만 스스로 망가지는(?) 역할을 자처하며 기성 정치권을 풍자했다. 여야가 죽기살기로 맞붙는 대선판에서 이들은 정치권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일종의 ‘피에로’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랬던 약방의 감초들을 이번에 못 보게 됐으니 유권자들도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이색후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김길수 국태민안호국당 전 총재다. 16대 대선에 출마한 그는 ‘불심으로 대동단결’이라는 전무후무한 캐치프레이즈와 오색찬란한 포스터로 대중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치열한 대결 속에 0.2%(3만7703표)의 득표에 그쳤다.

가장 유명한 이색후보는 단연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다. ‘허본좌’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17대 대선에서 ‘국회의원 100명으로 줄이고 후보들에게는 출마고시 실시’ ‘결혼하면 1억, 출산하면 3000만원 지급’ ‘대학등록금 100% 지원’ 등의 거창한 공약을 내세웠다. 여기에 ‘공중 부양을 할 수 있다’거나 ‘IQ가 430’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그의 이색행보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논란 등 여야의 네거티브 대선전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활력소가 됐다. 득표에서도 0.4%(9만6756표)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재미를 줬던 이들의 뒤끝은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김 전 총재는 2003년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다. 허 총재도 허위사실유포죄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2013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그런데 이번 18대 대선을 다시 돌아보면 허 총재의 공약도 그렇게 황당무계했던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야는 앞다퉈 반값등록금ㆍ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고,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국회의원 감축’ 주장도 정치권에 적잖은 반향을 준 것이다.

현재 대선판에는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당 후보를 제외하고 박종선ㆍ김소연ㆍ강지원ㆍ김순자 등 4명의 군소후보들이 뛰는 중이다. 강 후보가 선전하고는 있지만 거대 후보에게 막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싸움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은 여전히 ‘약방 감초’들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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