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최근 영국 런던에서 ‘서브시(Subsea)7’사로부터 잠수지원선(DSV) 1척을 수주했다. DSV는 조선 강국인 국내에서도 다소 생소한 선박으로, 서브시(심해저)에서 시추작업을 할 때 필요한 잠수부를 실어나르는 배다. 이 선박은 해저 300m에서 작업할 수 있어 길이 123m, 폭 24m, 높이 10.5m 등 소규모의 크기에도 시장 가격은 1억달러에 육박한다.
최근 서브시 분야의 발주가 간간이 이뤄지면서 이 분야가 침체된 조선업계에 활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해양플랜트 시설이 육상에서 심해저로 옮겨감에 따라 해저 생산시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태다.
서브시 분야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바다 밑에서 석유를 끌어올려 처리하는 것보다 해저에서 처리할 경우 회수율이 5~10%가량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르웨이의 작은 광구에서 1000억원 정도의 서브시 설비를 추가해 작업을 하면 생산성이 7%가량 올라간다. 석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라고 하면 약 3조8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의 기술력으로 당장 만들 수 있는 서브시 설비는 DSV와 같은 IRM(설치ㆍ유지ㆍ보수)용 선박들이다. 서브시의 초기 기술이 적용된 선박이라 할 수 있다. 조선업계는 서브시 작업이 늘어나면 이 같은 선박 발주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서브시 시추작업의 핵심인 심해저 파이프나 펌프 등도 국내 조선업계가 진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아직까지는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나 미국이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조만간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지난해부터 지식경제부가 국책과제로 선정한 ‘해저 생산플랜트 설계 안정성 평가 및 심해 설치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정부로부터 미래산업 선도기술개발 사업자로 선정돼 해저 3000m급 서브시 플랜트의 엔지니어링, 핵심 기자재 설치기술 등의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ENR을 통해 서브시 해양플랜트 기술을 개발하고, 삼성중공업은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적극 검토 중이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