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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영국, 일본 꺾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 따낸 홍명보 감독 & 올림픽 축구대표팀
엔터테인먼트| 2012-12-04 09:38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그가 기적을 만들면 한국 축구는 새역사를 쓴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을 때, 온 국민은 가슴 속 희열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환호했다. 그것은 한국 축구 최고의 영광이었으며, ’꿈은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기에, 서둘러 기뻐해야만 했던 그날로부터 꼭 10년이 지나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홍명보에 열광했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던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처럼 홍 전 감독과 함께한 한국 축구는 만족을 몰랐다.

홍 전 감독은 지난 3일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그와 함께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6명의 선수가 함께 시상대에 섰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도전 64년 사상 첫 메달이었다. 1992년 고려대학교 졸업 후 포항제철에 입단한 첫 해 K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스타플레이어가 20년이 흐르는 동안 어떤 ‘공로’를 세웠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시상대에 선 제자들이 증명해보였다.

199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2002년까지 4번의 월드컵을 거치는 동안 홍 전 감독은 자연스레 기대주에서 전력의 핵으로 성장했다. 그가 없는 한국 축구는 상상할 수 없었고 그는 실력으로 그 기대에 보답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상황이 달랐다. 2004년 현역 은퇴 후 대표팀 코치를 거쳐 2009년부터 올림픽 대표팀을 맡았다. 유니폼이 아닌 말쑥한 정장 차림의 홍 전 감독은 축구팬뿐 아니라 후배들에게도 낯설었다. 카리스마로 그라운드를 지배한 스타플레이어가 잡은 지휘봉은 자칫 독재자의 회초리로 변하기 쉽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명제는 독단과 독선의 위험을 경고한다.

홍 전 감독은 달랐다. 그는 늘 평등을 강조했다. 감독이든 스태프든 선수든 수평적인 관계에서 출발한다. 감독의 서슬퍼런 지시를 떠받들기 바빠 창의적 플레이는 꿈도 꾸지 못한 선수들이 토론과 소통을 통해 점차 깨어나기 시작했다. 발재간은 떨어질지 몰라도, 로봇처럼 움직이진 않아도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전술 속에 녹아든 선수들이 하나 둘씩 자라났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홍 전 감독은 평등했다. 이름값이나 단기간의 활약에 연연하지 않았다. 벤치에 앉은 선수의 눈높이에서 팀을 대했다. 감독이 먼저 겸손해지자 주전이라고 우쭐댈 수도, 벤치 멤버라고 주눅들 필요도 없어졌다. 중고등학교 시절 또래보다 한뼘이나 키가 작았던 탓에 늘 벤치에 앉아 조마조마했던 기억은 홍 전 감독을 겸손하게 했고 타인을 배려하게 했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18년 만에 8강에 오르며 홍 전 감독은 자신감을 가졌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 21세 이하 어린 선수들만 선발한 것은 더 큰 미래를 위한 파격이었다. 아시안게임도 중요했지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국제무대에서의 자신감을 심어주려했다. 결과적으로 4강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충격패를 당한 것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란에 1-3으로 뒤지다 4-3으로 대역전극을 벌인 것 모두 올림픽을 위한 훌륭한 자산이 됐다.


홍 전 감독이 보여준 소통의 리더십, 배려의 리더십은 단순히 스포츠를 넘어서 기업은 물론 정치권에도 새로운 리더십으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섬세하게 관찰하고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선수 개개인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통해 경기력을 극대화시키는 리더십은 이제 사회 전반에 필요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홍 전 감독이 키운 구자철, 김보경 등은 이제 2014브라질월드컵을 책임질 주역으로 성장했다. 나이만 어릴 뿐 큰 경기 경험은 어지간한 성인대표보다 못지 않다. 제자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홍 전 감독은 잠시 사람들의 시선 너머로 사라졌다. 브라질월드컵 감독설이 나오고, 축구행정가 도전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건 없다. 홍 전 감독의 나이는 이제 겨우 43살. 그가 한국 축구에 또 다른 영광을 선사할 날은 아직 많이 남았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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