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박반문반(朴半文半)’..."부모-자녀 매일 싸운다"
뉴스종합| 2012-12-05 08:48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은 전체 유권자 수 4000만명 가운데 절반인 2000만명이 몰려있는 곳이다. 한국의 수도이자 선거 때마다 민감하게 사회 변화를 반영하며 여와 야를 번갈아 지지, 선거 판도의 무게 중심 역할을 해왔다. 올해 대선에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어느측도 쉽사리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키 어려운 팽팽한 상황이다.

추세적으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바짝 뒤 쫓으면서 박빙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박반문반(朴半文半)’ 형국. 안철수 지지층이 분화하면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이 혼조세라는 점은 각 당에서도 인정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타이트하다. 조금이라도 우세하다는 말은 안나온다. 선거 초반에 비하면 상승세인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은 약간 우세, 경기는 약간 열세다. 서로 상쇄되면 거의 ‘반반’이라 보는 것이 맞다”고 평했다.

▶ 朴 ‘여자 대통령’… 文 ‘사람 좋아’= 박 후보 지지층 가운데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이는 박 후보의 슬로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 유권자들에 호소력 짙게 다가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나영씨(26·군포시)는 “첫 여성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박근혜가 여성의 삶을 이해하냐 못하냐 이야기 많은 것은 안다. 하지만 여성 대통령으로 노출되는 횟수가 늘수록 자연스럽게 뿌리 깊게 박힌 남성중심주의적 인식이 수그러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순자씨(64·부천 송내동)도 “청와대 있으면서 배운 것이 얼마나 많겠냐. 그리고 이제 여자도 대통령 한번쯤 해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남자들이 정치하니 매일 싸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지지층은 ‘박근혜가 싫어서’와 함께 ‘문 후보의 서민 이미지’에 높은 평점을 주는 시민들이 많았다.

김명숙씨(53·분당)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 문 후보는 변호사 시절부터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섰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이 되기도 했다”며 “가장 바닥부터 올라온 사람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한 남성은 “인천에 호남 출신들이 많다. 또 인천부지매입 했다가 재정 없어서 유령도시 된 지역들을 보라”며 “인천 시민들은 소외받는다고 생각한다.그러니까 서민서민 말하는 문재인한테 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갈라지는 안철수 지지층 = 수도권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지역. 때문에 안 지지층이 어떻게 분화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의 후유증도 크다. 김모씨(25·잠실동)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안철수가 있어서 야권을 생각하긴 했었지만 이제는 박근혜 지지다. 민주당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을 보고 박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안모씨(32·쌍문동)도 “안철수 때문에 처음 정치에 관심 가졌다. 그런데 민주당과 싸우다 결국 사퇴했다”며 “민주당은 단일화 됐다고 좋아하겠지만 ‘친구의 적은 적’이다. 주변 안철수 지지 친구들은 투표 안하겠다는 친구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인천에 사는 송재민씨(20대)는 “투표장에 가면 문재인을 찍을 것 같다. 안철수를 지지했었는데 그래도 어찌됐든 야권단일후보가 문재인 아니냐. 주변 친구 생각도 그렇다”고 말하며 웃었다.

▶“집에선 정치 얘기 안해요”= 박 후보 대 문 후보의 지지율 추이가 거의 정확하 ‘반반’으로 나뉘면서 수도권의 각 가정에선 ‘부모는 박근혜 후보를, 자식들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가정들이 많았다. 이른바 ‘세대 투표’ 증상이다. 이 때문에 각 가정에선 대선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정치얘기 했다하면 서로 싸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김원민씨(34·성내동)는 “아버지 어머니는 박 후보를 지지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시다”며 “그래서 집에가면 정치 얘기, 대선 얘기는 안한다. 어차피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인데 얘기해서 무엇하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대선 뉴스를 볼 때 나도모르게 나오는 한마디 평가가 갈등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입조심 몸조심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출신인 최재민씨(36·수원)도 “부모님이 연합하면 도저히 당할 수가 없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선 안될 이유 10가지를 대면 ‘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라고 말하신다. 말씀을 드려도 알아듣질 못하면 이길 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부모님에겐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몸동작이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부모 세대들의 답답함도 절절하다. 인천에 거주하는 70대 한모씨는 “젊은 사람들이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렇다. 북한에 다 퍼줬던 그 사람들을 다시 찍어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튼튼하게 나라를 지키는 것을 보고 자란 박근혜가 아니면 나라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자신의 20대 아들이 안 전 후보를 지지하다 최근 문 후보 지지로 입장을 바꿨다며 개탄했다.

홍석희ㆍ손미정ㆍ양대근 기자, 이정아 인턴기자 h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