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요동치는 서울·수도권 쟁탈전
추세적으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바짝 뒤쫓으면서 박빙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박반문반(朴半文半)’ 형국. 안철수 지지층이 분화하면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이 혼조세라는 점은 각 당에서도 인정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타이트하다. 조금이라도 우세하다는 말은 안 나온다. 선거 초반에 비하면 상승세인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은 약간 우세, 경기는 약간 열세다. 서로 상쇄되면 거의 ‘반반’이라 보는 것이 맞다”고 평했다.
▶朴 ‘여성 대통령’…文 ‘사람 좋아’=박 후보 지지층 가운데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을 꼽는 이가 많았다. 이는 박 후보의 슬로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 유권자에 호소력 짙게 다가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나영(26·군포시) 씨는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박 후보가 여성의 삶을 이해하느냐 못하느냐 이야기가 많은 것은 안다. 하지만 여성 대통령으로 노출되는 횟수가 늘수록 자연스럽게 뿌리 깊게 박힌 남성 중심주의적 인식이 수그러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순자(64·부천 송내동) 씨도 “청와대 있으면서 배운 것이 얼마나 많겠느냐. 그리고 이제 여성도 대통령 한 번쯤 해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남성이 정치하니 매일 싸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지지층은 ‘박근혜가 싫어서’와 함께 ‘문 후보의 서민 이미지’에 높은 평점을 주는 시민이 많았다.
김명숙(53·분당) 씨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 문 후보는 변호사 시절부터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난한 사람의 편에 섰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이 되기도 했다”며 “가장 바닥부터 올라온 사람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한 남성은 “인천에 호남 출신이 많다. 또 인천부지 매입했다가 재정이 없어서 유령도시가 된 지역을 보라”며 “인천시민은 소외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서민서민 말하는 문 후보에게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18대 대통령선거 첫 TV 토론이 열렸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스튜디오 앞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두 후보는 토론 다음날인 5일부터 수도권 표심을 잡기위한 유세에 나선다. 수도권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10월 이후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갈라지는 안철수 지지층=수도권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지역. 때문에 안 지지층이 어떻게 분화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의 후유증도 크다.
김모(25·잠실동) 씨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안 후보가 있어서 야권을 생각하긴 했지만 이제는 박 후보 지지다. 민주당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을 보고 박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안모(32·쌍문동) 씨도 “안 후보 때문에 처음 정치에 관심 가졌다. 그런데 민주당과 싸우다 결국 사퇴했다”며 “민주당은 단일화했다고 좋아하겠지만 ‘친구의 적은 적’이다. 주변 안 후보 지지 친구들은 투표를 안 하겠다는 이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인천에 사는 송재민(20대) 씨는 “투표장에 가면 문 후보를 찍을 것 같다. 안 후보를 지지했는데 그래도 어찌됐든 야권 단일후보가 문 후보 아니냐. 주변 친구 생각도 그렇다”고 말하며 웃었다.
▶“집에선 정치 얘기 안해요”=‘부모는 박근혜, 자녀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가정이 많았다. 이른바 ‘세대 투표’ 증상이다. 이 때문에 각 가정에선 대선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정치얘기했다 하면 서로 싸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김원민(34·성내동) 씨는 “아버지 어머니는 박 후보를 지지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며 “그래서 집에 가면 정치얘기, 대선얘기는 안 한다. 어차피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인데 얘기해서 무엇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대선 뉴스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 마디 평가가 갈등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입조심ㆍ몸조심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출신인 최재민(36·수원) 씨도 “박 후보가 대통령이 돼선 안될 이유 10가지를 대면 ‘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라고 말하신다. 말씀을 드려도 알아듣지 못하면 이길 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부모님에겐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몸동작이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부모 세대의 답답함도 절절하다.
인천에 거주하는 70대 한모 씨는 “젊은 사람이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렇다. 북한에 다 퍼줬던 그 사람들을 다시 찍어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튼튼하게 나라를 지키는 것을 보고 자란 박근혜가 아니면 나라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희ㆍ손미정ㆍ양대근 기자, 이정아 인턴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