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부모는 朴 자녀는 文 “집에선 정치얘기 안해요” …朴半文半 박빙
뉴스종합| 2012-12-05 11:38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인 2000만명이 몰려있는 곳이다. 선거 때마다 민감하게 사회 변화를 반영하며 여와 야를 번갈아 지지, 선거 판도의 무게중심 역할을 해왔다. 올해 대선에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어느 측도 쉽사리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팽팽한 상황이다.

추세적으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바짝 뒤쫓으면서 박빙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박반문반(朴半文半)’ 형국. 안철수 지지층이 분화하면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이 혼조세라는 점은 각 당에서도 인정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타이트하다. 조금이라도 우세하다는 말은 안 나온다. 선거 초반에 비하면 상승세인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은 약간 우세, 경기는 약간 열세다. 서로 상쇄되면 거의 ‘반반’이라 보는 것이 맞다”고 평했다.


▶朴 ‘여성 대통령’…文 ‘사람 좋아’=박 후보 지지층 가운데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을 꼽는 이가 많았다. 이는 박 후보의 슬로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 유권자에 호소력 짙게 다가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나영(26·군포시) 씨는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박 후보가 여성의 삶을 이해하느냐 못하느냐 이야기가 많은 것은 안다. 하지만 여성 대통령으로 노출되는 횟수가 늘수록 자연스럽게 뿌리 깊게 박힌 남성 중심주의적 인식이 수그러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순자(64·부천 송내동) 씨도 “청와대 있으면서 배운 것이 얼마나 많겠느냐. 그리고 이제 여성도 대통령 한 번쯤 해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남성이 정치하니 매일 싸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지지층은 ‘박근혜가 싫어서’와 함께 ‘문 후보의 서민 이미지’에 높은 평점을 주는 시민이 많았다.

김명숙(53·분당) 씨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 문 후보는 변호사 시절부터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난한 사람의 편에 섰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이 되기도 했다”며 “가장 바닥부터 올라온 사람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한 남성은 “인천에 호남 출신이 많다. 또 인천부지 매입했다가 재정이 없어서 유령도시가 된 지역을 보라”며 “인천시민은 소외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서민서민 말하는 문 후보에게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18대 대통령선거 첫 TV 토론이 열렸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스튜디오 앞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두 후보는 토론 다음날인 5일부터 수도권 표심을 잡기위한 유세에 나선다. 수도권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10월 이후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갈라지는 안철수 지지층=수도권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지역. 때문에 안 지지층이 어떻게 분화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의 후유증도 크다.

김모(25·잠실동) 씨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안 후보가 있어서 야권을 생각하긴 했지만 이제는 박 후보 지지다. 민주당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을 보고 박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안모(32·쌍문동) 씨도 “안 후보 때문에 처음 정치에 관심 가졌다. 그런데 민주당과 싸우다 결국 사퇴했다”며 “민주당은 단일화했다고 좋아하겠지만 ‘친구의 적은 적’이다. 주변 안 후보 지지 친구들은 투표를 안 하겠다는 이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인천에 사는 송재민(20대) 씨는 “투표장에 가면 문 후보를 찍을 것 같다. 안 후보를 지지했는데 그래도 어찌됐든 야권 단일후보가 문 후보 아니냐. 주변 친구 생각도 그렇다”고 말하며 웃었다.

▶“집에선 정치 얘기 안해요”=‘부모는 박근혜, 자녀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가정이 많았다. 이른바 ‘세대 투표’ 증상이다. 이 때문에 각 가정에선 대선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정치얘기했다 하면 서로 싸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김원민(34·성내동) 씨는 “아버지 어머니는 박 후보를 지지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며 “그래서 집에 가면 정치얘기, 대선얘기는 안 한다. 어차피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인데 얘기해서 무엇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대선 뉴스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 마디 평가가 갈등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입조심ㆍ몸조심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출신인 최재민(36·수원) 씨도 “박 후보가 대통령이 돼선 안될 이유 10가지를 대면 ‘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라고 말하신다. 말씀을 드려도 알아듣지 못하면 이길 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부모님에겐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몸동작이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부모 세대의 답답함도 절절하다.

인천에 거주하는 70대 한모 씨는 “젊은 사람이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렇다. 북한에 다 퍼줬던 그 사람들을 다시 찍어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튼튼하게 나라를 지키는 것을 보고 자란 박근혜가 아니면 나라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희ㆍ손미정ㆍ양대근 기자, 이정아 인턴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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