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李가 벌인 진흙탕에 朴·文 허우적… ‘감동없는 토론’ 한목소리
뉴스종합| 2012-12-05 11:40
朴, 잦은 실수·정책표현도 미흡
文, 이슈파이팅·존재감 부족 평가
지지율 변동 영향주기엔 역부족
되레 토론이후 부동층 확대 우려

李, 선동 작심한 ‘사심토론’
진보진영 몰락 역풍 가능성도



박근혜도, 문재인도 모두 소득없이 끝났다. 2012년 대선 첫 TV 토론을 지켜본 정치전문가들은 ‘朴-文’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답변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멍근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존재감을 부각하지 못해 ‘물재인’, 몰상식에 가까운 토론 태도를 보였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쇼정희’라는 극평까지 나왔다. 일각에서는 감동 없는 TV 토론이 부동층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박근혜도 지고, 문재인도 빈손=신율 명지대 교수는 5일 “문재인 후보는 존재감이 거의 사라진 채 토론을 마쳤고, 박근혜 후보 역시 의원 이름에서 성을 바꿔 불렀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책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두 사람 모두의 패배를 선언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이번 TV 토론이 지지율 변동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TV 토론과 각 후보에 대한 평가는 지지율과 정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박 후보와 오차범위 내 경쟁을 하고 있는 문 후보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론의 형식적 경직성을 지적한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외교ㆍ안보ㆍ통일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박 후보가 안정감과 현실감 있게 차분하게 이야기했고, 문 후보는 균형 있게 이야기하려다 보니 다소 애매하고 분명치 못한 측면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유용화 시사평론가는 “문 후보가 이슈 파이팅도 하고, 나름 자기 각도 세웠어야 했는데 너무 점잖게 했다”며 “박 후보도 안정적이고 통합된 이미지를 보여줘야 했는데, 왔다갔다하면서 뭘 보여주려 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장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두 사람 다 준비된 입장을 전달하는 데에는 충분히 성공했지만, 감동을 주거나 강한 임팩트를 전달하는 부분은 없었다”며 “왜 고사성어 하나, 속담 하나, 명언 하나 준비를 하지 않았는지, 또 감성의 시대라면서 패션이나 말투, 화법은 연구한 노력들이 보이지 않았는지 허망하다”고 두 후보 모두의 패배라고 정의했다.

▶이정희 “토론 아닌 선동”=이날 TV 토론 내내 주목을 받았던 이정희 통진당 후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비판과 짜증스러운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토론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 “토론이 아닌 유치한 선전선동뿐”이라는 냉철한 비판이 가해졌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사심 토론’으로 정의했다. 종북 논란에 몰락한 이 후보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작심하고 덤빈 정치쇼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통진당 자체가 거의 와해 상태이고, 지지율도 1%를 넘지 못한다”며 “떠난 지지자들에게 그나마 존재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목적 자체의 불순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 후보의 전략은 오히려 스스로를 더욱 몰락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이날 이 후보의 활약이 급진 진보 진영, 종북 세력의 몰락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이 후보는 (진보) 진영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면서 문재인 후보의 파이를 빼앗아왔고, 전체를 두고 보면 “남쪽 정부”,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발언으로 진보 진영의 파이 자체를 줄였다”고 그림을 그렸다.

이 같은 시각은 진보 진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 후보의 멘토단 중 한 명인 공지영 작가처럼 “이정희는 문재인의 내면의 소리 같다”며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인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의 야권 인사들조차 “박 후보가 먼저 양자토론을 제안할 것”, “문 후보가 좀더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식의 조소를 보냈다.

최정호ㆍ김윤희ㆍ조민선ㆍ홍석희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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