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영거 코드’ 삼성 2013 경영에 장착...7일 임원인사에도 같은 원칙 적용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0년 10월께 연말 인사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어느 시대이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 젊게 해야 한다”. 이건희발(發) ‘젊은조직론’이었다. 2년간 삼성은 더 젊어지려고 노력했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올해 삼성사장단 인사는 이 회장의 ‘젊은조직’을 향한 본격적인 실행으로 요약된다. 코드는 ‘더 영거(The Younger)’다. ‘더 영거’는 세대교체를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이자, 신(新)젊은조직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삼성 사장단 인사 결과를 보면 신임 사장의 평균 나이는 54.4세다. 지난해 57.1세에서 2.7세 낮아졌다. 삼성 사장 전체 나이가 젊어지는 것과 궤도를 같이 한다. 사장 평균 나이는 2008년(61.0세), 2009년(57.9세), 2010년(56.3세), 2011년(55.8세)로 꾸준히 낮아졌다. 삼성 관계자는 “조직이 젊어지는 것은 맞고, 사상 처음으로 1960년대생인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이 발탁된 것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7일로 예고된 삼성 임원 인사에서도 ‘젊은인재 발탁’ 현상은 두드러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왜 새 젊은조직을 표방할까. 왜 ‘영거 코드’를 점화했을까. 여기에는 몇가지 포인트가 있다.
일단 미래를 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과감히 맡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창조적 발상과 역발상, 역동적 힘으로 글로벌 경기 불황 극복와 1등 유지의 중추적 역할을 ‘젊음’에 과감히 떠안기겠다는 것이다. 젊은 사장, 젊은 임원들이 이 회장의 ‘2013 경영’의 핵심 창구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영거’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바탕으로 내년도 이후의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삼성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위기경영 속에선 보신주의를 가장 경계해야 하며, 새피 수혈을 통한 긴장감 불어넣기가 크게 유효하다는 것을 이 회장이 의식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하와이로 출국하기 전, 인사 파일에 일찌감치 사인을 했다는 것은 이같은 세대교체 작업에 충분히 고민을 했을 것이라는 유추도 가능하다.
업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다가올 수 밖에 없는 후계경영 구도를 위해서라도 ‘영거 시스템’을 구축할 때가 왔다는 이 회장의 생각이 인사 곳곳에 녹아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 속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폭을 지원할, 상대적으로 참신하면서도 능력있는 젊은 시스템을 장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에서는 이 회장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를 후계구도와 연결짓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내년 경영의 일정 해답은 이번 ‘영거 인사’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 회장이 하와이에서 귀국하는 연말이나 새해 초에 파괴력 있는 경영진단과 함께 신경영코드를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