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안철수만 아는 ‘안철수 생각’
뉴스종합| 2012-12-06 15:15
문재인 지지, 담대한 정진, 대선판에서 재현된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구태정치 비판. 지난 3일 출정식 같은 캠프 해단식에서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던진 대국민 메시지는 3가지로 요약된다. 문 후보에 대한 약속은 지켜야 하고, 앞으로 안철수식 새정치는 해야겠고, 그러려니 기성정치를 구악(舊惡)으로 규정해 대척점을 세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문재인이다. 구태정치 세력으로 몰아놓고 지원한다면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명분과 신뢰를 중시했던 그의 처지가 딱하다. 그렇지만 그의 모호한 어법과 행보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늦어도 너무~ 늦다’. 지난해 5월 서울시장 후보 양보 이후, 대선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지루한 추측이 1탄이라면, 출마선언 다음 ‘야권 단일화에 동참하느냐, 독자행보를 할 것이냐’는 2탄, 대선을 불과 2주 남겨두고는 3탄으로 ‘단일화 상대였던 문 후보를 지원하는 거냐, 아닌 거냐’는 추측 시리즈가 진행 중이다. 원작의 감동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는 많지 않다.

이상주의자가 아니라면,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안 전 후보의 후보 사퇴 이후 선택은 딱 두 가지밖에 없었다. 문재인과 같이 가느냐, 결별이냐. 선택의 결과에 따라서 새정치의 발판을 마련하든, 입지를 넓히든, 아니면 책임론에 휩싸이든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안 전 후보는 최근 문 후보와 이념적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실망스럽다. 함께 정권을 창출하고자 하는 상대의 이념과 가치, 철학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일화를 시도했다는 얘기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애초부터 없는지도 모른다. 자기 쪽으로 단일화만 생각해온 게 아닌지도 의심된다.

이념적으로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상대라면 깨끗이 손을 터는 게 안철수 스타일이다. 아니면 벌써 약속을 지키든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안철수의 생각’을 풀어서 공유할 때가 지났다는 말이다.

조연 없는 주연은 없다. 끝까지 이번 대선의 주인공처럼 행동할 수는 없지 않은가. 육상 트랙경기에서 기권한 선수는 안타깝지만 트랙에 남아 다른 선수들의 달리기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특히 정치는, 선거는 막판을 달려가면서 초기에 제기됐던 수많은 변수들을 줄여가는 과정이다. 변수를 해소하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는 게 정치인의 도리다. 안 전 후보의 안개행보는 예측성을 떨어뜨린다. 대선 이후 그가 강조했던 사회적 대타협을 방해한다.

새정치의 뜻을 분명하게 밝힌 안 전 후보는 요즘 이번 실패를 리뷰하고 있다고 한다. “실패 원인이 10가지 된다. 신조가 두 번 실수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그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그 10가지 중 꼭 포함될 게 있다. 안개화법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 말 것, 리더는 결단력이 있을 것. 무엇보다 소통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던 그가 왜 ‘CEO 대통령’이라는 뒷말을 들었는지 반성하길 바란다.

안 전 후보가 남긴, 그리고 그가 그려갈 ‘새정치’는 소중하다. 거대정당의 구조속에서 그의 활약은 전무후무했다. 헤럴드경제가 해단식 다음 날인 4일 1000명을 대상으로 안 전 후보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31%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정치인 안철수가 새겨볼 대목이다.

정덕상 정치부장 jpur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