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朴 "가계부채 해결 18조 재원 어디서"... 文 "일자리 공공에서 해결은 선언적"
뉴스종합| 2012-12-10 08:25
〔헤럴드경제=양대근ㆍ손미정 기자, 이정아 인턴기자〕‘2.9%, 70만명, 1000조원...’ 18대 대통령이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할 숫자들이다. 의미없는 숫자들의 나열이지만 여기엔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축약돼 있다.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경제성장률,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7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는 차기 대통령이 풀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언젠가는 ‘꽝~’하고 터질 시한폭탄이라는 점도 차기 대통령에겐 부담스런 대목이다.

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합격점의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본지 메니페스토 평가단의 공통된 의견이다.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공약 1순위에 올려 놓고 있지만 분배 일변도의 정책과 단기적 표(票)에 함몰된 포퓰리즘, 구체성 없는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朴, ‘고객만족성>실현가능성>형평성’=박 후보는 가계부채 및 하우스 푸어 등 민생경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가계부채 대책과 하우스 푸어 대책, 일자리 등 주요 공약의 각론에 들어가선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이들 공약이 만만찮은 재정부담이 수반되는 데다, 자칫 잘못하면 역차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박 후보의 공약 중 본지 메니페스토 평가단이 주목한 어젠다는 가계부채 해결이다. 박 후보는 가계부채 공약으로 ▷18조원의 국민행복 기금 마련 ▷채무재조정 및 금리인하를 내놓고 있다. 박 후보는 특히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부실채권정리기금ㆍ자산관리공사ㆍ신용회복기금 등의 재원 1조8700억원을 종잣돈으로 신용보강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캠코라는 기구를 통해 마치 국민 세금이 안 들어가는 것처럼 포장을 한 편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불성실한 금융채무 불이행자까지 채무감면 혜택을 주는 정책은 경제논리에도 부적합할 뿐 아니라 향후 불성실 채무 불이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근 대전대 무역통상학과 교수는 “정부의 직접적 재원투자는 없지만 채권발행은 오늘의 복지를 위해 후세에 자금상환을 떠 넘기는 것”이라며 “현재 금융채무불이행자 322만명을 겨냥한 대중영합성 공약이나 본 정책이 시행될 경우 더 많은 채무불이행자를 양산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승연 인하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채권발행을 통해 18조원의 기금을 마련한다는 공약은 이후의 재정적자 확대문제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의 경제분야 공약 중 실현가능성에 물음표를 주는 부분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중소기업 정책도 꼽힌다. 이는 경제분야 정책 중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가장 큰 대척점을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박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만 제한하고 있을 뿐 기존 출자분에 대한 규제에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둔 채 신규 순환출자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기업지배구조가 제대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중소기업이나 서민대책 등의 공약에 있어 형평성이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文, ‘형평성>중요성>실현가능성’=문 후보는 상대적으로 형평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재벌의 소유구조 개선과 중소기업 보호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은 사회적 갈등과 통합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과 통합쪽으로 지나치게 무게중심이 옮겨지다 보니 포퓰리즘으로 흐를 위험성이 높아 차별성과 실현가능성 측면에선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문 후보의 가계부채 해결책은 박 후보와 달리 법 재ㆍ개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자제한법ㆍ공정대출법ㆍ공정채권추신법 등 소위 피에타 3법을 통해 연 30% 이상인 이자율 상한을 25%대로 대폭 내리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또 지난 9일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출연을 통한 기금 조성으로 다중채무의 조정, 저금리 전환, 새출발 지원 등 채무자의 이익을 위해서 쓰겠다는 내용의 공약도 추가로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오히려 신용제공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대출이 돌아가지 않고, 위험성이 낮은 사람에게만 대출이 몰려 시장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신용제공이 절실한 이들이 사채 등 비제도권 대출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정 교수는 문 후보의 경제정책 공약과 관련 “나름대로 국민만족성과 공정성에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역으로 이는 충분한 검증 및 재원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포퓰리즘으로 흘러 재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 메니페스토 평가단은 특히 문 후보의 경제분야 공약 중 문 후보가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일자리 부분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했다. 중견기업 4000개 육성, 청년 벤처 1만개 양성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성이 결여된 선언적 공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견기업 4000개 육성은 실현가능성 낮은 선언전 공약에 불과하다”며 “실패한 창업자 재도전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이전 정권과 차별화된 구축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모태펀드 2조원, 사회투자기금 2조원 조성에 대해서도 재원 및 활용방안의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이 공공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실현가능성과 차별성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교수는 “일자리 창출은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공약이지만 일자리의 많은 부분이 공공부문 일자리를 말하고 있어 이것이 실현될 경우 재정적자의 급격한 확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공공부문 아니라 민간부문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장기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므로 전형적인 대중영합성 공약”이라며 “특히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저해돼 산업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헤럴드경제ㆍ코리아헤럴드 ‘18대 대선 매니페스토 평가단’>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단장ㆍ한국반부패정책학회 회장) 이석원(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이광윤(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창진(한양대 경영학부) 안성수(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박영준(국방대 군사전략학과) 이상엽(건국대 부동산학과) 양대종(원광대 인문학부) 이철우(경북대 지리학과) 곽노성(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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