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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숨가빴던 30일, 30초 그리고 다가올 6년
엔터테인먼트| 2012-12-10 09:17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괴물 투수’ 류현진(25)이 마침내 LA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꿈에 그리던 빅리그에 입성했다. 류현진은 LA다저스와 협상 마감시한인 10일(한국시간) 오전 전격 계약했다.

지역신문 LA타임스는 “한국인 좌완 투수 류현진이 다저스와 계약했다”면서 “류현진은 다음 시즌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계약 기간 6년에 총 3600만 달러(약 390억원)를 받는 조건이라고 전했다. 5년 이후에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요구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도 포함됐다. 3600만 달러에는 계약금 500만 달러가 포함돼 있다. 이와 별도로 매년 성적에 따른 보너스로 100만 달러를 더 받기로 했다.

▶숨가빴던 30일…‘밀당 고수’들의 지리한 협상

올시즌을 끝으로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7번째 시즌을 마친 류현진은 우여곡절 끝에 한화 구단의 메이저리그 진출 허락을 받았다. ‘조건부 승인’으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 참여했고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최고 입찰액은 LA다저스의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 일본 선수까지 포함해도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응찰액이었다.

남은 건 다저스와의 한 달 간의 단독협상. 쉽게 풀릴 것 같았던 협상 과정은 갈수록 꼬였다. ‘밀당(밀고 당기기)의 고수’들이 류현진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하고 엄포를 놓았다. ‘슈퍼에이전트’ 보라스가 “류현진은 일본에서 뛰었다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2년 후 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몸값이 더 높아질 것이다”고 하자 다저스는 “지금처럼 협상이 늦어지면 류현진과 계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보라스는 주눅들기는 커녕 “류현진이 다저스와 계약하지 못하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할 수도 있다. 일본 리그는 류현진에게 실행 가능한 옵션이다”며 더 강하게 맞섰다. 다저스는 장기계약을 내놓았지만 보라스는 단기계약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저스 콜레티 단장은 “(류현진 측이) 계약을 거절했다. 앞으로 협상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이런 가운데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졌다. 다저스가 류현진을 잡기 위해 포기한 FA 최대어 잭 그레인키와 전격 계약했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류현진과 협상 마감을 하루 앞둔 9일 사인한 것이다. 류현진 측도, 류현진의 입단 소식을 기다렸던 한국 팬들에게도 불안감이 드리웠다.

▶피말렸던 30초…4시59분30초에 극적 타결

마침내 협상 마감시한인 9일 오후 5시(현지시각·한국시간 10일 오전 7시)가 다가왔다. 마감이 임박했지만 소식은 들리지 않아 초조해할 무렵 CBS스포츠닷컴의 존 헤이먼 기자의 SNS로 1보가 나왔다. ‘다저스, 류현진과 계약(dodgers sign ryu)’이라는 짧은 한 줄이었다.

존 헤이먼 기자는 이어 ‘3600만 달러 계약’ ‘5년 뒤 옵트아웃 포함된 6년 계약’이라는 구체적인 조건들을 잇따라 SNS에 올렸고 4번째 멘션은 “류현진은 4시 59분 30초에 계약을 완료했다”였다. 마감시한 단 30초를 남기고 계약이 확정된 것.

이는 보라스 특유의 스타일이었다. 보라스는 과거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과 마쓰자카(보스턴) 계약 때도 협상 최종일, 마지막 초치기로 상대를 압박해 기대 이상의 계약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겐 ‘악마 에이전트’로 통한다. 보라스는 이번 류현진 계약 때도 자신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또한번 자신의 고객에게 ‘대박’을 안겼다.

사진=한화이글스

▶앞으로 6년…빅리그 성공 드라마 쓸까

남은 건 이제 오롯이 류현진에게 달렸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뛸 6년 동안 메이저리그를 놀라게 할 빅맨으로 성장할지, 아니면 그저 그런 아시아 출신 투수 중 한 명에 그칠지는 모두 류현진의 몫인 것이다.

일단 3선발급으로 시작하는 만큼 첫해부터 두자릿수 승수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는 16팀에서 46명. 내심 다르빗슈 유가 올해 작성한 일본인 투수 빅리그 데뷔 최다승(16승) 경신도 노려볼 만하다.

이를 위해선 체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133경기를 치르는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162경기 대장정을 벌인다. 이동거리도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등판 횟수도 현재 최대 30차례에서 33~34차례로 늘고 자연스럽게 투구 이닝도 200이닝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2006년과 2007년 각각 201⅔이닝, 211이닝을 던졌다. 필살기인 예리한 체인지업도 더 확실한 경쟁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힘은 좋지만 유인구에 잘 속는 메이저리그 타자를 제압하려면 체인지업의 각도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던지려면 직구 스피드도 더욱 높여야 한다.

한편 다저스 스프링캠프는 2013년 2월13일 막을 올린다. 투수와 포수가 먼저 미국 애리조나주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 모여 몸을 풀고, 야수는 나흘 후 가세해 2월17일부터 전체 훈련을 치른다. 류현진의 첫 시험무대는 2월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부터 3월 말까지 열리는 34차례 시범경기가 될 전망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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