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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새로운 30년’ 을 준비하다
뉴스종합| 2012-12-11 11:48
재정부 등 6개부처 세종시로 대이동
상주인원 現5400명서 4320명으로

방통위·과학기술위등 행정기관 입주
청사앞 유휴지 2만여평 본격 개발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9년 4월의 어느 봄날, 인적이 드물던 관악산 자락의 시흥군 과천면 문원리(현 과천시 문원동)에 사람들이 성황이다. 서울에서 높은 분들이 왔다며 동네 아이도 모두 구경을 나왔다. 한적하기만 했던 시골 마을엔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가 터진다. 33년 전 정부과천청사 건설을 위해 첫 삽을 뜨던 날의 풍경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심의환 당시 총무처 장관, 고재일 건설부 장관, 양탁식 주택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성냥갑처럼 곡선이 없고 직사각형으로 반듯한 것이 특징인 지금의 과천청사 사무동 건물은 모두 현대건설의 작품이다.

그로부터 30여년.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산실이 과천시대를 마무리하고 세종시로 옮겨간다.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로 따지면 27년, 과천청사에 처음 입주한 경제부처인 건설부 기준으로는 근 30년의 과천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다.

▶ ‘경제수도’ 30년 역사=이달 중 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4개 경제부처가 세종시로 옮긴다. 총리실과 환경부까지 합치면 총 6개 부처 5500명이 대이동을 한다. 재정부는 18일까지 이사 일정을 마무리한다. 선임 부처인 재정부의 이전은 경제정책의 산실이 과천에서 세종시로 이동하는 의미를 지닌다.


경제정책의 과천시대는 건설부와 농수산부가 입주한 198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천청사 2개 동이 추가 완공되면서 1986년 1월 재무부, 상공부, 동력자원부 등에 이어 2월 경제기획원이 입주하면서 ‘광화문시대’가 가고 과천시대가 본격화했다. 거시경제를 총괄하고 개발연대를 주도한 기획원과 재무부 일부 기능은 지금의 기획재정부, 상공부와 동자부는 실물경제 부처인 지식경제부로 합쳐졌다.

날고 긴다는 경제관료가 집합한 과천은 ‘경제행정중심지’나 ‘경제수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당시 수장을 보면 김만제 경제부총리, 정인용 재무장관, 금진호 상공장관 등이 포진했다. 기획원 간부의 면면도 진념 차관보, 이진설 예산실장, 홍재형 대외경제조정실장, 강봉균 기획국장, 김인호 물가정책국장 등 훗날 부총리나 장관에 이름을 올렸던 파워엘리트가 즐비했다. 현재의 장관급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임종룡 총리실장,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당시엔 20대 중후반이나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사무관이었다.

▶ ‘고도성장…IMF 치욕…금융위기 극복’ 굴곡의 시간=과천시대가 본격 개막된 1986년은 우리 경제엔 뜻깊은 해였다. 이사 직후부터 한국경제가 순풍에 돛을 달았다. 환율, 국제금리, 유가에 걸친 ‘3저(低) 현상’ 덕이다. 성장률이 1985년 7.5%에서 1986년엔 12.2%로 뛰는 등 1988년까지 3년간 연평균 12% 안팎 성장한다. 그야말로 고도(高度)성장이다. 1986년엔 첫 경상수지 흑자를 냈고, 국내총생산도 100조원을 돌파했다. 또 시장개방 압력에 직면하고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복지의 싹이 텄다. 의료보험 확대, 국민연금·최저임금제 도입은 물론 경제력 집중을 줄이려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계열상호출자규제도 과천 초기의 작품이다.


1990년대 들어서는 경쟁력 위기론이 팽배해지고 199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치욕을 겪었다. 하지만 늘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위기 극복의 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광화문시대의 마지막 해인 1985년과 작년의 주요 지표의 변화를 보면 국내총생산은 85조7000억원에서 1237조1000억원으로 14.4배, 1인당 총소득은 205만원에서 2492만원으로 12.2배가 됐다.

과천 입주 초기에는 주변 편의시설 부족으로 구내식당을 2부제로 돌리는 진풍경도 있었지만, 정든 과천을 떠나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악산 밑에서 사계를 만끽할 수 있었던 근무환경은 이젠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청사 새 주인은?=현 과천청사 자리에는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방위사업청 등 특별행정기관 8곳과 정부통합콜센터 등이 새로 입주하게 된다. 법무부는 지금처럼 과천청사에 남는다. 입주기관이 바뀌게 되면 과천청사 상주인원은 현재 5400명에서 4320명으로 1000여명 줄어든다.

정부는 과천지역 발전을 위해 그동안 개발을 보류해온 과천청사 앞 유휴지 8만9120㎡(2만7000평) 3필지를 본격 개발할 계획이다.

내년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한 다음 총리실ㆍ기재부ㆍ과천시 등이 참여하는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 사업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2012년 말까지 혁신도시(충북 음성)로 이전하는 과천의 지식경제부 소속 기술표준원 용지에도 한국표준협회 등 민간 시험ㆍ인증기관이 입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에는 현재 입주한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행정안전부, 특임장관실 외에 여성가족부, 녹색성장위 등 대통령 소속 위원회 5개와 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 소청심사위 등 행안부 소속 위원회 3개를 새로 배치한다. 정부가 새롭게 정부기관을 중앙ㆍ과천청사에 입주시킴에 따라 발생하는 임차 해지 수익은 2010년 기준으로 235억원에 달한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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