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카페
’한폭의 한국사’외 다이제스트
라이프| 2012-12-13 07:57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공제격치(알폰소 바뇨니 지음ㆍ이종란 옮김/한길사)=중국 명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한 알폰소 바뇨니 신부가 1633년 서양의 과학 지식을 한문으로 풀어쓴 책이다. 공제는 우주를 포함한 공중ㆍ대기를 뜻하며, 격치는 중국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의 격물치지(格物致知)에서 나온 말로 사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앎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바뇨니는 행성과 별의 운동, 지구에서 일어나는 각종 자연현상을 불ㆍ공기ㆍ물ㆍ흙 등 4원소와 신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며, 지구구형설 지구중심설 지구정지설 등 서양의 과학 이론을 소개해놓았다. 이 책은 조선 실학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서양의 자연과학적 지식에 눈을 돌리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최한기의 경우 4원소설을 비판하고 기상학 자료는 많이 수용했다. 종교와 과학이 어떻게 행복한 만남을 이루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한폭의 한국사(손영옥 지음/창비)=미술이라는 창으로 역사를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신석기인들은 왜 바위에 고래 그림을 새겼을까? 고려청자에 그려진 무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정희의 걸작 ‘세한도’에는 어떤 얘기가 숨어 있을까?’ 등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사를 관통하는 16가지 대표 미술작품을 정해 엄마가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조곤조곤 상세히 설명해 나간다. 특히 저자는 역사읽기에서 보는 즐거움을 강조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보는 대신, 베끼고 적기에 바쁜 아이들에게 예술품을 읽어내는 방법들 들려준다. 그림 속에서 숨은 그림 찾듯, 잃어버린 이야기를 이어가듯 아이들이 상상하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갖도록 배려했다.

▶내 안의 코뿔소(올리버 반틀레 지음ㆍ박성우 옮김/엑스오북스)=고통과 미움, 사랑과 용서라는 인생의 비밀을 우화를 통해 보여준다. 힘깨나 쓰고 잘난 맛에 사는 요피는 툭 하면 짜증내고, 사소한 일로 다투는 신경질쟁이다. 훌훌 털어버릴 만도 한 옛날 일에 얽매여 남 탓하고 감당 못할 세상사와 힘겨루기하느라 지쳐 자신이 꿈꾸던 미래는 외면한 채 현실에 안주한다. 하루하루 삭막한 삶을 살아가던 요피 앞에 생존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던 할아버지 메루가 나타난다. 메루는 늙어 기력이 떨어졌지만 지혜롭다. 둘은 예정에 없던 자아찾기 여정에 나선다. 메루는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분노가 얼마나 마음을 피폐하게 하는지,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지,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것없이(귄터 발라프 지음, 서정일 옮김/알마)=2012년 6월 현재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11만여명으로, 산업 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저자는 외국인 노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터키인 알리로 위장해 맥도널드, 제철소, 제약업체 임상시험실 등에 지원해 일한다. 알리는 그곳에서 모든 저항을 포기하고 아무런 힘도 없는 외국인 용역노동의 역할을 극단까지 밀고 가 독일 사회의 아킬레스건을 보여준다. 가장 더럽고 힘들며 위험한 작업에 투입된 그들은 마스크나 작업화ㆍ안전모ㆍ장갑 한 짝 지급받지 못한 채 살인적인 근무시간, 저임금에 시달린다. 30년 전 독일에서 출간된 이 책으로 발라프는 수많은 소송에 연루됐지만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 책은 비참한 현장의 고발로서의 의미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독일인의 뿌리 깊은 의식을 흔들어 놓았다.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다.



/meelee@heraldcp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