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금발이 어울리는 그… 제시카의 엘 우즈
라이프| 2012-12-13 09:39
공연장에 화환이 줄지어 있다. 중국, 타이완, 베트남 등 전세계 각지에서 보낸 것들이다. 망고나무 심기운동을 벌이는 해외 팬들의 응원도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제시카를 위한 응원들이다.

제시카가 때를 만났다. 겨울은 ‘얼음공주’ 제시카의 계절. 행사에, 해외 투어에, 광고 촬영에 누구보다 바쁜 아이돌의 삶을 살고 있는 그가 지난달부터 개막한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에 3년 만에 출연하고 있다.

지난 12일 ‘리걸리 블론드’가 공연되는 코엑스 아티움에서 만난 그는 이제 자리에 앉자마자 망고주스를 권할 정도로 곧 공연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바쁨 속에서 여유를 챙길 만큼 충분히 노련했다.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다시 서게 된 제시카. 그가 주인공 엘 우즈로 무대를 밟았을 땐 영화와 같은 제목인 ‘금발이 너무해’로 개막했다. ‘리걸리 블론드’는 의상을 전공한 엘 우즈가 남자친구를 따라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며 헤어질뻔 한 남자친구를 되찾는다는 이야기. 엘 우즈는 ‘금발=백치미’란 공식을 깨고 귀여움과 깜찍함, 순수함을 지님과 동시에 재기발랄한 인물이다.

금발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제시카의 엘 우즈. 그는 “처음이기도 했고 그 땐 제가 많이 어렸거든요. 연출님이 어린 애가 엘 우즈를 하려고 신인같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엘 우즈를 연기하기에 괜찮은 나이기도 하고 많이 성숙해지기도 했다고 하신다”며 장유정 연출의 말을 전했다.

“추억을 되새기며 작업하고 있어요. 힘들었던 것들이 많이 생각 났죠. 힘드니까 더 기억에 남는 거구요. 그 땐 너무너무 바빴던 기억밖엔 안 나네요.”


제시카는 시간도 많이 흘렀고 배우들도 바뀌어 다른 호흡, 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호흡, 비슷한 또래의 앙상블과의 연기도 즐기는 그다. 그러나 해 본 작품이라고 해서 매번 쉽지만은 않은 법.

“엄청 애교부리는 장면이 있어요. 전 죽었다 깨나도 그건 잘 못할 거 같아요. 어떤 상대 배우라도 스스로 감정이입 해야죠. 엘 우즈니까 해야하고, 할 수 있는 거고요.”

이렇게 들으니 사뭇 뮤지컬 배우로의 마음가짐이 강하게 느껴진다.

브라운관에서 보여지는 제시카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 말 한 마디, 행동들은 엘 우즈와도 많이 닮아있다.

“엘 우즈는 되게 당돌해요. 좀 당차고 겁이 없어요. 그런 걸 많이 배우고 싶어요.”

뮤지컬 데뷔 전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었다는 그. 뮤지컬 첫 데뷔작이었던 ‘금발이 너무해’는 그를 한층 더 성장시킨 것이기도 했다. 제시카는 “엘 우즈가 가진 성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작품을 하며 더욱 밝아졌다”고 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 않던 아이는 무대 위에서 창피함, 두려움을 모두 버렸다.

“처음 SM에 들어갈 때 이수만 선생님께 영상을 보여줘야 하니 찍자고 해서 이름 얘기하고 그러다가 엄청 울었어요. 수줍음이 많았죠. 수줍음 많던 아이가 지금 이렇게 무대에 선다는 게 신기해요. 바뀐 것도 그렇구요”

데뷔한 지 벌써 6년 차. 올 한 해는 소녀시대로서의 활동이 없었다. 지금은 뮤지컬과 소녀시대 컴백 준비에 매진하고 있으며 컴백과 동시에 일본 아레나 투어도 할 계획이다.

개인 활동에 매진해 멤버들도 앨범준비, 투어준비를 하며 오랜만에 보니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계속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오랜만에 만나면 더욱 반갑다. 뮤지컬도 마찬가지.

제시카는 “저도 오랜만에 뮤지컬에 서게 됐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고 보시는 분들도 즐거우셨으면 좋겠다”며 관객에 대한 인사도 함께 전했다.

제시카의 귀엽고 당찬 매력을 한껏 발산할 ‘리걸리 블론드’는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내년 3월 17일까지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 제공=PMC프러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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