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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불황에 한잔…취업난에 한잔…서글퍼서 술푸는 ‘슬픈 자화상’
뉴스종합| 2012-12-14 11:24
알코올 소비량 1인당 연평균 12ℓ
아시아·태평양 지역서 가장 많아
불황땐 맥주대신 소주 판매량 급증
경기침체에도 유흥업소 꾸준히 증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역사는 술 소비량의 증가 추이와 궤를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DP(국내총생산)와 1인당 국민소득 등 경제지표들이 선진국에 가까워질수록 술 소비량도 이에 따라 높아졌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995~2010년 주류 총 출고량(국내분+수입분)은 꾸준히 증가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다소 줄었지만 2000년 들어 다시 소비세를 회복했고, 2002년부터는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5년 새(2010년 기준) 무려 15.4%나 팽창했다.

▶‘술 소비 최대국’ 슬픈 자화상=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술 소비량 3위, 독주 소비량 1위국이다. 미국 CNBC방송의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 조사에서도 전 세계 1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술 소비량이 절대적으로 높다. 최근 OECD와 WHO(세계보건기구)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알코올 소비량도 1인당(15세 이상) 연평균 12.1ℓ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다.

음주로 인한 사회 비용만 해도 의료비가 2조원, 생산성 손실이 6조원, 조기 사망이 3조원 등 연 17조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OECD는 한국의 알코올 소비로 인한 직ㆍ간접적 비용이 GDP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지난해 17년산 이상 고급 위스키(슈퍼프리미엄급)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한국의 위스키 소비는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영국의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고급 위스키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출고량 69만8000상자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01년부터 11년째 1위다. 


▶불황엔 소주 “내가 제일 잘나가”=경기 불황이 오면 서민들이 즐겨 찾는 소주 판매량이 늘고, 대신 맥주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와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소주 출고량은 16억9025만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5% 늘었다. 만 19세 이상 성인 1명당 상반기에만 40병 정도의 소주를 마신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소주나 맥주가 상호 대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술이든 불황기엔 가정용이, 호황기엔 업소용이 잘나간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 침체에도 룸살롱은 늘었네=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룸살롱 등 유흥업소는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전국에 19만2108개의 풍속영업소가 운영되고 있다. 풍속영업소란, 룸살롱ㆍ나이트클럽ㆍ카바레 등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등을 가리킨다. 여기서 룸살롱 등 유흥주점은 같은 기간 기준 3만2790개로, 2010년(3만1294개)에 비해 1496개(4.8%) 늘었다. 단란주점도 1만8022개에서 1만8789개로 767개(4.3%) 증가했다.

▶취업난 20대 ‘아프니까 폭음(暴飮)한다?’=한편 취업난이 가속화되면서 대학생 등 20대들의 폭음문화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해 15세 이상 남녀 2066명을 대상으로 주류 조사를 벌인 결과, 이 중 30.3%가 최근 1년 사이에 ‘섞어 마시는 술(일명 폭탄주)’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조사자 중 20대가 49.2%나 1년간 폭탄주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30대가 34.9%, 40대가 32.0%, 50대 21.2%, 60대 12.1%로 조사됐고, 10대도 22.7%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장기훈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술자리 빈도는 주당 2~3회 정도로, 비교적 10년 전보다는 줄었지만, 한자리에서 마시는 술의 양은 오히려 늘었다”며 “예전 대학생들은 과 사람들이나 동아리 멤버들끼리 수업 후 친목 도모 차원에서 술을 마셨다면 요새는 취업난이 심각해지다 보니 같은 취업준비생끼리나 혼자서 폭음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경원ㆍ이자영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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