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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마시고 죽자” 는 옛말…절주·문화체험 정착 회식문화 ‘확’ 바뀐다
뉴스종합| 2012-12-14 11:31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송년회 지양
내부결속 다지는 실속형 모임 기업 늘어

삼성 ‘119’ 절주 캠페인 다른 기업으로 확산
주당 직원들 아쉬움 불구 대체로 만족

공연관람·레포츠·경연대회로 한 해 마무리
기부·봉사활동 등 ‘나눔 송년회’도 눈길



중소기업 L사에 다니는 박정원(39) 차장은 올해 회사 송년회 기획을 맡았다. 고깃집과 맥주집을 빌려 술만 마시던 예전 송년회에 대한 동료들의 불만이 높아 이번 송년회는 술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L사는 박 차장의 기획대로 임직원이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로 송년회를 진행했다. 저녁 식사 때는 임직원이 상품을 걸고 간단한 게임도 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 차장은 “일부 상사들은 뭔가 허전한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과거 송년회보다 훨씬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송년 모임이 끝없이 이어지는 연말 시즌.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기존의 송년회는 점차 줄고 있는 반면, 단체 공연 관람이나 봉사활동, 기부활동, 레포츠를 즐기는 송년회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로 회식 경비가 크게 줄어든 것도 있지만, 흥청망청하는 기업 송년회로 구설수에 오르기보다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실속형으로 전환하자는 기업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절주는 기본…바뀌는 연말 송년 모임=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벌주와 원샷 강요, 사발주 등을 3대 음주악습으로 규정하고 절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삼성이 올해 도입한 ‘119 캠페인(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9시 전에 끝내는 회식문화)’은 계열사는 물론 다른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SDS 이모 팀장은 “119 캠페인을 시작한 뒤 회식이나 송년회 술자리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팀원들이 돌아가며 회식 아이디어를 내는데, 마사지 함께받기나 스크린골프, ‘볼프(볼링과 맥주 한잔)’, 당일 기차여행 등 재미있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예전보다 경비가 넉넉하지 않은 관계로 ‘119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비용도 절감되고 다음 날 근무에도 지장이 없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222’ 역시 건전음주 캠페인으로 꼽힌다. 222는 ‘잔은 2분의 1만 따르기, 건배 제의는 2번까지, 2시간 이내 회식 종료’를 의미한다. 술을 좋아하는 일부 직원들 중에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지만, 술을 자제하려는 캠페인은 계속 확산되는 분위기다. 

▶문화체험ㆍ경연 프로그램 활발=좀처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없던 직장인들은 뮤지컬이나 연극, 영화 등 함께 관람하는 송년회를 갖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14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에서 전사 차원의 송년회를 가졌다. 임직원들이 회사 전산망 투표로 영화를 선정해 관람하고 ‘응답하라 2012’ KTB 10대 뉴스 영상 시청, 임직원 애니팡 대회, 럭키드로우(경품 추첨)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TV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직접 준비한 공연을 펼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도 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27일 ‘랩 경연대회 나도 래퍼다 시즌2’ 행사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IBK기업은행도 오는 21일 본점에서 ‘IBK 슈퍼스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임직원 간 스킨십을 늘리기 위해 기획한 행사”라며 “전국 영업점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로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화ㆍ경연프로그램은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즐거운 추억도 만드는 일석이조 송년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9%(복수응답)가 ‘올해는 공연 관람 등의 문화 송년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시상식 송년회’는 40.0%였고 ▷봉사활동을 통한 나눔 송년회(30.8%) ▷무언가 함께 배워 보는 배움 송년회(18.2%) ▷직원들의 끼를 발산하는 장기자랑 송년회(11.7%) 순이었다.

▶기부ㆍ봉사로 ‘훈훈’한 마무리=아예 술을 배제하는 회식이나 송년회로 한 해를 차분히 마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동양증권은 부서 송년회를 사회봉사와 체험활동으로 대체하고 있다. 사회봉사 송년회는 연탄 배달 봉사활동 후 동료들과 목욕을 하고 간단한 식사와 연극 관람으로 한 해를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체험이 있는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공방을 예약해 도예체험을 한 뒤 저녁식사를 하는 배움 송년회도 마련되고 있다.

기부행사나 깜짝 자선 경매로 이웃과 훈훈한 정을 나누는 송년회도 늘고 있다. 포르셰 국내수입원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는 최근 국내 포르셰 고객 모임인 ‘포르셰 클럽 코리아’ 송년회를 소아암과 심장질환 아이들을 위한 기부행사로 진행했다.

절주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포스코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직장에서 절주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친구들이나 지인들끼리의 송년회 모임도 가벼운 식사 혹은 홈 파티로 바꾸고 있다”며 “연말에 술 취한 모습보다는 직장 동료나 가족과 차분히 마무리하는 것이 새해를 맞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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