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국내 상장사의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보다 5조원(8.4%)가량 늘어난 64조원으로 집계됐다. 현금성 자산 증가는 기업이 이익잉여금을 투자보다는 현금으로 더 많이 쌓아놨다는 지적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금융업 제외) 1591개사의 지난 3분기 말 현재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IFRS 별도 기준)는 64조263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59조2917억원)보다 8.4%(4조9717억원)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655개 기업은 작년 3분기 말 52조6601억원에서 올해 55조9585억원으로 3조2984억원(6.3%) 늘어났다.
코스닥 기업(936개사)의 경우 작년 6조6316억원에서 올해 8조3052억원으로 1년 만에 25.2%(1조6736억원) 급증했다.
주요 상장사의 현금성 자산은 특히 올 하반기 들어 크게 늘어났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말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33개사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51조5645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오히려 5.4%가량 감소했는데, 3분기 들어 누적 액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주요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말 1조8886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현재 3조6958억원으로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작년 3.6%에서 올해 6.6%로 껑충 뛰었다.
현대차도 작년 1조1063억원에서 올해 2조2054억원으로 역시 늘었다.
현금성 자산 규모 상위 20개사 중에서는 삼성중공업이 260%, 롯데쇼핑이 199% 늘어나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금융투자 이성권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설비투자를 극도로 자제하고 최대한 유휴자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 올해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코스닥 기업의 매입이 눈에 띄게 많았다.
상장기업 중 49개사가 올 들어 지금까지 총 9417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했으며, 이 가운데 7493억원어치는 코스닥 기업이 매입했다. 코스닥 기업의 부동산 취득액은 작년(7005억원)보다 7.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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