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중소기업 정책의 철칙
뉴스종합| 2012-12-24 11:09
앞으로 국가경제의 비전은 다수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진입해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가능하다. 그래야 청년실업, 노령화사회, 사회안전망 확보 등 여러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제적 기반이 계속 무너지고 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경기가 침체되면서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수치로도 분명히 나타난다. 올해 4/4분기 기업의 체감경기(BSI)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겪던 2009년 2/4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업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하락세다. 정치권에서 중소기업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공약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대기업을 견제하려는 목적의 ‘경제민주화’가 초점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노력은 영세기업과 서민 등 사회적 약자를 챙기고 보듬어 준다는 당위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정책만으로 오늘날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의문이 따라붙는다. 자칫 기업의 이익 추구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도 걱정된다.

설사 기업이 이윤추구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지금처럼 통제와 처벌만이 능사인 듯한 분위기로는 근본적 대책을 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기업은 1차적 존재 목적인 이윤추구를 최우선에 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삼 상기하자. 대한민국은 지난 시절 전쟁의 상흔(傷痕)으로 폐허가 된 나라다. 그런 나라가 201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5위, 세계 수출 7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산업발전 초기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형 성장정책에 크게 힘입은 결과다. 잘살고자 하는 국민적인 합의와 지원을 기반으로 해서 놀라운 성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의 경제발전을 준비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출과 내수산업 간, 연령계층별 산업인력 간의 균형을 맞추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과거처럼 어느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한 성장정책은 더 이상 국민이 합의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는 중소기업에 달려 있다. 기업체 수의 99%, 전체 고용의 88%를 끌어안고 있는 중소기업이 관건이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계속 성장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국부를 증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전 국가적 차원의 성장과 지원의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단기적 관점의 처방이 남발되는 부작용을 지양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권에서 대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위험하다. 세계경제 불황으로 소수의 대기업이 무너졌을 때 그 파급효과는 국가경제 전체에 미친다. 중소기업 중심의 균형발전으로 국가적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세계 무대를 향하면 된다.

앞으로 국가경제의 비전은 다수의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진입해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가능하다. 그래야 청년실업, 노령화사회, 사회안전망 확보 등 여러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어려울수록 급할수록, 근시안적 처방은 지양하자. 각 산업주체가 원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저마다 ‘경제민주화’의 진정한 주체로 설 수 있다. 중소기업의 미래는 멀고 험한 그 길의 끝에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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