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넓어진 보수지형 민주 우클릭하나
뉴스종합| 2013-01-03 12:23
민주통합당 내에서 당의 정체성 정립을 둘러싼 노선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넓어진 보수 지형에 맞춰 당이 ‘우 클릭’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존의 진보적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하고 당이 합리적 보수로 우 클릭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1대1 구도가 형성된 지난 18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자 ‘이대로는 모든 선거에서 필패’라는 위기감이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지난 2일 현대리서치 여론조사에서 1년 전보다 보수층이 8.7%포인트 늘고 진보층이 6.8%포인트 증가, 이념 지형이 우 클릭한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중도층을 아우르는 안철수로 단일화가 됐다면 이기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법륜 스님의 전날 발언도 이 같은 논쟁에 기름을 끼얹었다.

한 초선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 이후로 당이 상당히 좌 클릭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50대 유권자와 보수층이 늘어난 상황에서 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대선뿐만 아니라 어떤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필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당직자는 “그동안 두 차례 선거를 앞두고 당내 통합만을 강조해왔지만, 이제 현실을 직면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중도층, 부동층을 확보하지 않고는 승리가 불가능하다. 대중정당인 민주당이 유권자를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선 재정립의 시점으로 차기 전당대회를 거론하고 있다. 이 당직자는 “현 비대위 체제는 철저한 반성과 문제 직시를 하고, 실질적인 변화는 차기 비대위 체제를 통해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의 강령, 당명을 수정하는 방식보다는 중도를 표방하는 새로운 지도부가 곧 당의 노선 변화를 드러내는 방식이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비주류 측에서는 진보ㆍ개혁적 색채를 강조하며 당의 우 클릭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제주해군기지, 쌍용자동차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진보ㆍ개혁적 노선을 더욱 선명히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식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방송에 출연, 이 같은 당의 우 클릭 주장에 대해 “원인 진단이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의 정체성 노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당의 정강 정책 노선을 상징하는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는 새누리당도 쫓아오는 시대의 흐름”이라면서 “우리가 마치 ‘좀 더 진보한 것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한 평가”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이번 대선 결과가 곧 진보 노선 후퇴와 당의 우 클릭을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민이 민주당에서 안정감과 신뢰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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