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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도 고마운 앱
뉴스종합| 2013-01-04 11:41
해부학 앱 종결자 Visible Body
의약품 정보 타라스콘 조제서 등
양질의 콘텐츠 제공 유료앱 인기

사주·종교관련 앱 10만원 안팎
美 변호사시험 준비 돕는 바맥스
100만원 넘지만 기꺼이 지갑 열어

불법복제 앱 기승 2년새 21% 증가
적정 가격 책정으로 부작용 줄여야



드래곤플라이트, 카카오톡 등 벤처기업이 개발한 무료 애플리케이션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가격을 낮춤으로써 이용자들의 시장 진입을 자유롭게 하려는 애플, 구글의 정책처럼 개발사들은 저가나 무료 앱을 출시해 하루에 100만, 한 달에 1000만 앱 다운로드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한동안 무료 앱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광고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시뮬레이션 게임 ‘아이러브커피’의 성공에서 보듯이 무료 앱 중에도 월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료 앱의 성장으로 앱 가격은 점점 하락하는 게 트렌드다. 지난해 11월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오는 2017년에는 유ㆍ무료 앱 전체를 포함한 스마트폰 앱당 평균 판매가격이 8센트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료 앱 이용 비중이 전체 앱의 91%까지 증가해 앱당 평균 판매가격이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테니 “돈을 내라”=이런 트렌드는 사무실도 없이 많게는 수억원을 투자해 1년 가까이 앱 개발에 몰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는 가혹하다.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의 무차별 비난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시 마틴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 앱리서치부문 연구소장은 최근 앱스토어가 앱 판매보다는 광고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앱 수익의 대부분이 광고를 통해 창출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봤지만, 이렇게 광고가 붙는 앱은 인기 콘텐츠일 경우에 해당한다. 애니팡처럼 ‘대박’이 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에 최근 일부 개발자는 ‘고가 전략’을 택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광고 수익 대신, 앱 자체의 비용을 높이고 콘텐츠의 질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T스토어를 서비스하는 SK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체 앱 중 유료 앱 비중은 63.7%로, 2010년 65.6%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1년 사이 유료 앱의 평균 가격은 1784원에서 2213원으로, 500원가량 상승했다.

SK플래닛 측은 최근에는 저렴한 앱이 우후죽순 쏟아지기보다는 양질의 콘텐츠가 적정한 가격을 달고 출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앱은 대개 전문가나 특정 이용자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타깃층 정한 전문가용 앱으로 1억원 수익 올리기도=의학 관련 앱이 대표적이다. 의대생 사이에서 ‘해부학 앱의 종결자’로 불리는 ‘Visible Body(비저블 보디)’는 현재까지 출시된 해부학 앱 중에서는 가장 비싼 3만4000원이다. 몸의 신경계와 골격ㆍ기관계 등 몸 내부의 전문지식을 제공하며, 3D로 구현된 인체 내부를 여러 방향으로 회전ㆍ축소해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수천가지가 넘는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는 ‘타라스콘 조제서’ 앱은 39.99달러에 판매된다. 두 앱은 모두 의학 관련 용어를 알고 있다면 일반인들도 몸에 이상이 왔을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T스토어에서 8만8000원가량에 판매되는 ‘사주2000 전문가용 앱’은 역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성경이나 종교 관련 앱 역시 1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출시된 앱도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중 최고가를 자랑하는 ‘바맥스(Barmax)’는 무려 999달러다. 이 앱은 미국에서 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미국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런 앱들은 언뜻 일부 필요 이용자만을 타깃으로 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기꺼이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에 무료 앱에 비해 단기에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한 치과의사가 개발한 ‘덴탈아이클리닉’ 역시 애플 앱스토어에서 49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데, 개발자 박종운 씨는 “이 앱은 국내 치과의사들을 중심으로 200건가량만 다운로드됐지만 수익은 무려 1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나친 고가, 불법 복제 앱 유발 우려=그러나 유료 앱은 필히 ‘유사 복제품’을 낳는다. 사실 PC에서도 고가의 소프트웨어는 흔하다. 국내 맥북 이용자들이 10만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하고 ‘윈도’를 설치하듯이 말이다.

PC에서 일어나던 이런 트렌드는 이제 PC를 닮아가는 스마트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스마트 앱 불법 복제 현황’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에서도 불법 복제 앱이 기승을 부려 2010년 약 1만1782건이었던 불법 복제 앱은 지난해 약 1만4310건으로, 21%가량 증가했다. 불법 복제로 지난해 ‘경고’ 조치를 받은 앱은 7155건, ‘삭제 전송 중단’ 조치도 7145건에 이르렀으며 ‘계정 정지’도 10건이나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6건의 ‘계정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특히 시정 권고를 받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는 2010년 74개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67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앱의 불법 복제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앱이 유료로 판매될 경우 불법 앱 다운로드를 오히려 부추기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적정 가격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은 PC에 비해서 단속이 어려운 데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스토어가 해외 사업자인 만큼 법망의 테두리를 벗어나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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