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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수행 인수위원, 취재피하기 각양각색
뉴스종합| 2013-01-11 10:19
“보안이 생명!”

군부대 훈령이 아니다. 인수위에만 들어오면 모두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인수위에서 나온 설익은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함구령’을 내리면서 인수위원들은 아예 입을 꿰맸다.

벙어리가 되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다. 인수위원들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도 ‘수신기능’을 상실했다. 대신 문자메시지로 ‘양해 말씀’을 보낸다. 스타일은 제각각이다.

경제1분과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도매형’이다. 하루 일정이 마무리되는 오후까지 기다렸다가 그동안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해온 기자들에게 한꺼번에 몰아서 답신 메시지를 보낸다. “전화ㆍ문자 감사합니다만 바로 받지 못하거나 답장 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류 의원과 같은 분과에 있는 홍기택 인수위원은 ‘자동응답형’이다. 벨소리만 웽웽 울리는 전화를 끊고나면 바로 문자메시지가 날라온다. “[자동응답] 취침중입니다.” (오전 7시33분)

간혹 전화통화에 성공하더라도 원하는 ‘멘트’는 받을 수 없다.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인 박흥석 인수위원은 ‘비서응답형’이다. 남자 비서가 상냥하게 전화를 받지만 ‘준비된 답변’으로 양해를 구한다. “회장이 직접 전화를 받기 힘든 상황입니다. 대신 전화하신 분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메모해놓으라고 하셨습니다. 당분간 통화가 불가능하니 나중에 꼭 연락드린다고 했습니다.”

구득환 경제2분과 전문위원은 전형적인 ‘몰라요형’이다.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는 30여초 내내 “내가 뭘 아나요”, “몰라요”, “정말 모릅니다”만 10여 차례 반복했다. 금융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파견나온 정은보 사무처장은 ‘애원형’이다. “나 좀 살려주소. 한번만 봐주소.”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인수위원들도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동문서답형’이다. 지난 10일 “중국 특사와 무슨 이야기 나눌 것이냐”는 질문에 “추워요”라고 답했다. 평소에는 “비켜봐”라는 한마디로 취재진을 물리친다.

정무분과 간사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술래잡기형’이다. 자신을 보고 몰려오는 취재진에 놀라 주차된 차 뒤에 숨어있다가 결국 붙잡혔다. 숱한 질문공세의 대답은? “대변인을 통해서 들어주세요.”

인수위가 뒤늦게 온ㆍ오프라인 민원센터를 열었다. 가칭 ‘국민행복제안센터’이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국민성공제안센터’를 그대로 가져왔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벌써부터 “이번 인수위가 이명박 정부의 ‘불통’까지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최진성 기자ㆍ이정아 인턴기자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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