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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1인 독주…총리는 ‘얼굴마담’ ·장관은 ‘들러리’ 에 불과
뉴스종합| 2013-01-14 11:23
총리 대부분 민심 수습용 발탁
장관들 평균수명도 10~17개월
교육·법무부는 ‘장관들의 무덤’



‘얼굴마담, 방탄(防彈)총리, 대독(代讀)총리, 의전(儀典)총리’

역대 총리들에게 따라붙었던 이 같은 별칭은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의 위상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제 2인자’로 불리지만, 대통령의 1인 권력독점에 밀려 실속 없는 ‘얼굴마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영삼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인 이회창 총리의 사퇴는 대통령 1인체제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994년 당시 이 총리가 통일정책조정회의의 심의안건에 대해 보고를 받는 것이 총리의 권한이라고 주장했으나, 김 대통령은 외교ㆍ안보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고집해 이 총리를 사퇴로 몰고갔다. 10개월 만에 단명한 황인성 총리에 이어 등장한 이 총리가 불과 4개월5일 만에 쫓겨난 것이다.

총리를 국면전환용 ‘방탄총리’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은 명지대생 강경대 씨의 경찰 타살 사건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노재봉 총리를 경질해 민심을 수습하는 방편으로 삼았다. 노 총리가 취임한 지 4개월 만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정일권 국무총리는 대표적인 ‘얼굴마담형’ 총리로 꼽힌다. 총 6년7개월간 재직해 역대 최장수 총리로 기록돼 있지만,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 대통령에게 철저히 복종하며 그림자처럼 지냈다.

대통령의 권력 독점체제는 총리뿐만 아니라 역대 장관들까지 들러리로 만들었다. 박정희 정부를 제외한 역대 정부에서 장관들의 평균 수명은 10~17개월이다.

위로는 대통령을 모시고, 아래로는 실질적인 권력이 주어지지 않은 채 수많은 공무원과 산하기관을 장악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사회적 사건으로 민심이 악화되면 관련 부처 장관을 경질해 민심의 분풀이 대상으로 삼곤 했다.

특히 교육부와 법무부는 ‘장관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장관 교체가 잦았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 ‘정권 재창출’ 등 표현이 담긴 이른바 ‘충성메모’ 파문으로 43시간 만에 경질된 안동수 전 법무장관이 대표적이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에 따른 교육대란의 책임을 지고 9개월 만에 물러났고, 후임인 안병영 전 부총리도 수능 휴대폰 부정사건으로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김태정 전 법무장관도 99년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파문의 책임을 지고 16일 만에 물러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 부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임 장관이 의욕이 지나칠 경우 전임 장관이 추진하던 정책은 하루 만에 용도 폐기되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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