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2013년 대한민국 공무원이 되는 길
뉴스종합| 2013-01-25 00:08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대기업에 다니던 L씨는 입사 1년 만에 회사를 나와 다시 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L씨는 “40대에 이미 퇴직하는 선배들을 보니 다니던 회사가 이름만 번듯했지 앞날이 불투명해보였다”며 “차라리 빨리 준비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험준비 배경을 설명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이 되는 길은 행정고시, 외무고시, 사법고시, 입법고시 등 소위 ‘고시’를 보는 길, 7ㆍ9급 공무원 시험 응시, 경찰이나 소방 공무원 시험 응시, 교사 임용고시 응시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전보다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2010년 고교ㆍ전문대 졸업자 대상 기능인재 견습직원 선발이 도입됐고, 2011년엔 민간경력자 5급 일괄채용이 실시됐다. 지난해에는 고교ㆍ전문대 졸업자 대상 지역인재 9급 채용 등 갈수록 공무원 채용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교원 등 각 기관별 실시되는 특정직 공무원 채용 방식도 다양하다.

▶공무원 되는 길=공무원이 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역시 ‘국가공무원 공채(공개경쟁채용)시험’이나 ‘지방공무원 공채시험’에 응시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국가공무원 시험은 중앙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선발하는 시험이다.

올해 5급(행정ㆍ기술ㆍ외무) 380명, 7급 630명, 9급 2738명 등 총 3748명을 모집한다. 5급(외무) 시험은 올해까지만 시행되며, 이를 대체할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이 신설됐다.

지방공무원 시험을 보면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된다. 올해 채용계획은 2~3월 사이 자치단체별로 공고되며,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지난해 각 지방자치단체는 일반직 8053명, 소방직 등 특정직 1543명, 기능직 190명, 별정직 14명, 계약직 530명 등 총 1만330명을 채용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도가 2019명으로 가장 많이 뽑았고, 서울시(991명), 경상북도(751명), 경상남도(654명), 충청남도(515명) 순이다.

2011년부터 시행된 민간경력자 5급 시험은 고시를 보지 않고 민간 경력을 바탕으로 바로 사무관(5급)에 임용될 수 있는 파격적인 공무원 채용 방식이다. 지난해 2회를 맞은 민간경력자 5급 채용은 5월 중하순 사이버국가고시센터(http://gosi.go.kr)를 통해 원서 접수를 진행, 32개 부처 67개 직무 분야에서 총 108명을 선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간경력자 5급 채용 결과 사회복지 현장 전문가, 식품회사 직원, 벤처기업 전문가 등 기존 고시로는 채용할 수 없는 다양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며 “이같은 민간채용 방식은 폐쇄적인 공직 사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합격자들은 부처에 배치된 후 4월부터 2012년 5급 공채(행정ㆍ외무ㆍ기술) 합격자들과 함께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10주간 소양 교육을 이수한 뒤 정식 공무원으로 첫 발을 딛게 된다.

국가ㆍ지방공무원과 달리 입법 공무원은 국회사무처가 채용 절차를 주관하는 입법고시와 8ㆍ9급 국회공무원 공채시험에서 선발된다. 한 해 약 10여명 내외를 선발하는 입법고시는 올해 15~20명을 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의 경우 지원자 4277명 중 12명이 합격해 평균 경쟁률 356대 1을 기록했다. 8급 국회공무원의 경우 15명을 뽑는데 8973명이 지원, 경쟁률이 598대 1에 달했다.

이밖에 정부는 특성화고와 전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2010년부터 기능인재 견습직원 선발, 2012년부터 9급ㆍ지역인재 견습직원 선발제도를 시작해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고교 졸업자와 전문대 졸업자의 공직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은=공무원 합격증을 받는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공무원이 되면 정년퇴임 시까지 ‘진급’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끊임없이 직면하게 된다. 9급 공무원부터 차관급 고위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예외는 없다.

공무원은 모두 진급을 위한 선의의 경쟁에 돌입하면서 진정한 공무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무관(5급) 승진 시험은 진급을 위한 필수 코스였다. 그러나 1994년 12월 사무관 승진 시험제가 폐지되면서 현재는 법무부 교정직, 검찰청 검찰직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승진이 심사제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승진시험에 얽힌 다양한 비화도 옛날 이야기가 됐다.

일단 현재 구조에서 승진을 하려면, 연간 교육훈련 시간을 100시간 이상(부처별로 80시간 이상으로 조정가능) 이수해야 한다. 이밖에 계급별 승진소요 최저연수에 해당하는 기간을 근무해야 한다. 9급은 1년 6개월, 8급과 7급은 2년, 6급은 3년 6개월, 5급(사무관)은 4년, 4급(서기관)은 3년이 승진소요 최저연수이다.

5급 이하 공무원이 승진하려면 이렇게 연간 교육훈련 시간과 계급별 승진소요 최저연수 조건에 맞게 근무하되, 이후 승진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승진심사위원회는 승진 대상자들을 상대로 승진후보자 서열 명부를 작성한다.

승진후보자 서열 명부는 고순위자 순으로 작성되며, 작성 기준은 근무성적(70점), 경력평점(30점), 가점(5점) 등으로 구성된다. 명부에서 승진 가능성이 높은 공무원 순으로 서열이 매겨지지만, 반드시 그 서열에 따라 승진이 이뤄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승진심사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 공무원은 “승진 서열이 순위권 밖이지만 가끔씩 발탁 등의 형식으로 승진되는 경우가 나온다”며 “이런 예상 밖의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승진 대상자들 간에 팽팽한 긴장 관계가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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