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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자’된 공무원들?…정부조직 개편따라 근무처 오락가락
뉴스종합| 2013-01-23 10:29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부랑자(浮浪者)의 말뜻은 ‘일정하게 사는 곳과 하는 일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중앙공무원’이 또다른 뜻으로 추가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 방향에 따라 근무처가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외교통상부에서 지식경제부로 소속이 바뀌게 된 통상교섭본부 소속 150여 명의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관’에서 ‘행정공무원’으로 신분이 달라지면서, 갖고 있던 외교관용 여권을 반납하는 것도 서러운데, 세종시로 내려가 살 집도 변변치 않기 때문이다. 2~3년을 주기로 한국과 외국을 넘나들었던 ‘이삿짐 꾸리기의 달인’이라지만, 현재 세종시는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아파트는 커녕, 오피스텔 방 한칸조차 얻기 쉽지 않다.

‘통상업무는 외국과 접촉이 원활해야 한다’는 논리로 서울 잔류를 바라지만 올해 말로 예정된 지경부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대거 흡수되는 300여 명의 옛 정보통신부 소속 공무원과 1000명이 넘는 중앙전파관리소 소속 공무원들은 더욱 촉박한 운명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어디에 둥지를 틀 지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과학과 세종시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할 때, 세종시 이전은 불가피하다는게 관가의 분석이다. 이 경우 1300여 정보통신 관련 공무원들은 한두달 내 새 거처를 마련하거나, 상당기간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해야만 한다. 역시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야만 하는 행안부, 또 국무총리실로 업무가 이관되는 특임장관실 소속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세종시로 내려갔던 일부 국토해양부 소속 공무원들의 처지는 더 딱하다. 약 250명에 달하는 해양관련 공무원들은 폐지됐던 해수부의 부활을 반기면서도, 부산ㆍ여수ㆍ인천 등 낯선 곳이 호명되는 부처 신설 부지 기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다. 다음달 국회에서 정부조직 개편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사무실로 쓸 건물은 물론 자신들의 주거 공간 마련까지 모든게 ‘허허벌판’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까닭이다.

물론 부처 이전에 속으로 웃는 공무원들도 있다. 세종시로 내려가야할 운명에서, 하루아침에 서울 잔류파로 소속이 바뀐 이들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이름을 바꾼 안전행정부 소속으로 새로 편입이 예상되는 일부 부처 관련 업무 담당자들은 내심 세종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다만 인수위가 구체적인 안전행정부 조직 개편 및 업무 확장 범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만큼,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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