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9급→차관 ‘입지전적 공무원’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
뉴스종합| 2013-01-26 14:18

“고졸 9급 신화.” “발 치수 320㎜짜리 ‘마당발’.” “이기우를 통해서도 (민원이) 안 되면 애초 안 되는 것.”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이해찬 전 국무총리).”

‘공직의 달인’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을 두고 관가 안팎에서 쏟아졌던 평가다. 이 총장은 196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방우체국 서기보(9급)로 공직생활을 시작,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근 40년 만인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공무원이었다.

올해 정부는 지난해보다 638명이나 많은 3748명의 국가공무원을 채용할 계획이어서 공무원을 꿈꾸는 지원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 같은 지원자에겐 멘토다. 지난 22일 서울 서소문로 전문대협에서 만난 이 총장은 이들 ‘예비 후배 공무원’에게 바람직한 공직생활의 자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공직생활에 버팀목이 돼준 ‘삼실’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 ‘삼실’이란 진실ㆍ성실ㆍ절실”이라며 “모든 사람에게 정직하고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일하며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삼실’은 그의 성공신화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40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을 회고한다면. 

▶멋모르고 시작했던 초년병 시절을 제외하면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일했던 것 같다. 바로 진실ㆍ성실ㆍ절실의 ‘삼실’이다. 내가 공직자가 아닌 다른 길을 갔어도 ‘삼실’이라는 기준으로 일했을 것이다.
 
-‘삼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삼실’ 중 진실은 정직한 마음과 행동이 기본이다. 업무 처리나 타인과의 관계 등 모든 부문에서 다 정직해야 한다. 정직한 생각과 행동이 깃들여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사람이 정직하기만 해도 안 된다. 자칫 무능해 보일 수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실’이라는 것은 직급과 자리에 상관없이 최대한의 정보와 지식으로 조직을 위해 업무를 정직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내기 힘든 일은 그냥 성실하고 정직하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업무 시 상대방이 절절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가슴을 울려야 한다. 보통 업무 수행을 위해 상대방을 방문할 때 세 번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다섯 번이고, 여섯 번이고, 안 되면 열 번까지 상대방을 찾아라.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삼실’을 지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자기 안에는 ‘예전의 나’라는 라이벌이 있다. 이 라이벌을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이 총장은 2003년 자신이 처음 교육부 차관 물망에 올랐다 좌절했던 때의 사연을 들려줬다. “1급, 기획관리실장을 4년 가까이 했을 때죠. (제가) 차관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결국에는 잘 안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사 발표 날 친척 부부와 약속했던 저녁을 예정대로 먹고 노래방도 가고 잘 놀고 잘 잤습니다. ‘차관이 돼야겠다’는 ‘예전의 나’를 버렸기 때문이죠. 과거와 미래는 몰라도 오늘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다고 마음먹으면 행복해집니다. 그것이 ‘삼실’의 바탕입니다.”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무원이 됐다. ‘대학에 갈 걸’ 하고 후회해본 적은 있나.

▶없었다. 초창기 고등학교 친구들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 가는 걸 보고 부러워하긴 했지만…. 왜냐하면 일하는 재미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체국 서기보를 하다가 고향에서 일하며 재수하려고 다시 시험을 쳐 거제교육청 서기보로 옮겼는데 내가 일을 안 했다. 상관이 그걸 알고 시설계로 보내더라. 내쫓으려고 했겠지. 정신이 번쩍 났다.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에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주어진 업무를 했다. (시설계에서) 3~4개월 있다 서무계로 원위치됐다. 이후 일하는 재미를 느꼈다. 공직생활에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마음먹으니 대입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승진점수도 좋았고, 사무관 승진시험도 단번에 붙었다. 

-현재 5급 공채(옛 행정고시) 중심 공무원 양성 체제를 어떻게 보나. 

▶위에서 정책을 기획ㆍ수립하지만 실제 업무 처리는 주무관(6~9급)이 다한다. 옛날처럼 9급 출신, 7급 출신 식으로 공무원 구성이 다양해지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그래야 세부 업무 파악도 빠르고 부처의 기초도 든든해진다. 

-공무원이 될 후배들에게 공직자로서 가져야 하는 자질이 있다면 충고해 달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다. 그래서 일을 항상 가장 큰 ‘빽’으로 삼아야 한다. 오직 일로 승부해야 한다. 소관 업무에 대해 적어도 직속상관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적자생존법’이란 말이 있다. ‘적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라. 아이디어나 해야 할 일을 나중에 기록하면 과거가 된다. 현재 어떤 것이 떠오를 때 그것을 메모하면 그것은 현재의 것이 된다. 현재의 것이 풍부해지면 일거리가 많아지고 재미도 붙는다. 

-(인천재능대) 제자들에게 공무원시험을 보라고 권해본 적이 있나.

▶제자들에게 직종에 대한 얘기는 따로 안 한다. 직업이 무엇이든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세상을 다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한다. 자기가 어떤 것을 만드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제자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그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것이 내 역할이다. 가슴에 불을 질러주면 그들은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스스로 꾸며가도록 자극받는다. 상대가 제자든 누구든, 어떤 일이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정성이 빠지면 상대방은 건성으로 받아들인다.

이 총장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데에 대해 “연금 등 혜택도 많아서겠지만 공무원 조직은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집단”이라며 “공직자는 공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보람 있는 직업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것이 역기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고졸 9급 신화’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일 뿐”이라며 “처음부터 한결같이 살아온 자세가 똑같아 많은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이기우, 그가 걸어온 길>
▷1948년 경남 거제 출생
▷1967년 부산고 졸업ㆍ부산 대연동우체국 서기보(9급)
▷1978년 경남도교육청 행정사무관(5급)
▷1988년 안양대 행정학과 졸업
▷1996년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2급)
▷1999년 교육부 기획관리실장(1급)
▷2001년 경성대 교육학 박사
▷2003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ㆍ인천재능대 총장(현)
▷2010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현)


<사진설명>고졸 9급으로 시작해 차관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공무원인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로 ‘삼실’을 꼽으며 “진실ㆍ성실ㆍ절실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