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국회, 갈등조정은커녕 조장만…
뉴스종합| 2013-01-28 11:24
쌍용차·제주 해군기지·택시법…
밀어붙이는 與·반대만 외치는 野
타협없는 대립 국론분열 불붙이는 꼴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22일 새벽,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당황했다. 10분을 기다려도, 또 1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택시법’을 놓고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던 버스가 긴급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둔 탓이다. 표에만 몰두했던 여야 정치인들이 조장한 택시와 버스 갈등 때문에 애꿎은 시민만 발을 동동 굴렀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갈등 조정’이다. 법으로도 풀리지 않는 지역 간, 이익집단 간, 계층 간 갈등을 설득과 타협을 통해 풀어내고자 한 해 수억원씩을 국회의원에게 쥐여주고, 또 유지비만 수백억원씩 드는 정당이란 조직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과 그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란 조직이 이런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민은 물론 대다수 전문가도 결코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를 ‘골칫덩이’로 요약한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일침을 놨다.

정당 간 신경전, 멱살잡이, 여론이 반대하는 법안 밀어붙이기와 날치기 등으로 국민이 정치인들의 갈등을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인들이 뛰어들어 문제만 키우고 있는 쌍용차 등 노사 문제, 5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논란, 택시와 버스 모두 파업하겠다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택시법 문제, 모두 정치인들이 만든 갈등이다.

반면 우리 정치인들이 ‘복지의 천국’이라며 자주 인용하는 스웨덴의 복지가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인들의 뛰어난 갈등 조정 능력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스웨덴 정권을 잡은 사민당은 복지 확대를 위해 파업과 해고로 대립하던 노동조합과 기업이 한 발씩 양보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정치인들이 나서 파업을 조장하고, 또 해고를 유발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치가 갈등 조정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설득과 소통의 채널을 만드는 게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생산적인 정치를 만들려면 국민이 절박하게 느끼는 문제를 국회가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여야 관계가 원활해야 한다”며 “여야만이 아니라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가 소통이 되고, 의견이 교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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