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Go” 만 외치는 朴 당선인, 정부 “돈 나올 곳은 뻔한데”
뉴스종합| 2013-02-01 09:48
“맞는 방향이다. 방안을 찾아보겠다”, “이미 약속드린 대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자주 사용하고 있는 발언이다. 인수위원들과 토론회에서는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약속을 차질없이 이행한다는 원칙을 강조했고, 전국 시도지사들과 만나서는 건의사항들에 대해 “공감한다”며 중앙 정부의 지원 확대 의지를 밝혔다. 국정운영 5년의 로드맵을 짜야 하는 인수위원들과 눈 앞의 재원 마련이 급선무인 정부 공무원들은 뒤돌아서서 “돈이 문제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지난 31일 박 당선인과 간담회를 마치고 돌아간 전국 시도지사들의 얼굴은 매우 밝혔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연장 조치에 따른 지방세 보전’ 요구에 “중앙정부가 보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라고 박 당선인이 응하면서, 3조7000억 원짜리 선물보따리를 들고 금위환향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선물은 이뿐이 아니다. 보육 사업 확대에 따른 재정부담을 호소한 자치단체장에게는 “보육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며 “지방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약 3조7000억 원짜리 설 선물이다. 연 3조 원으로 추산되는 부가가치세 중 지방분 확대, 규모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은 인천아시안게임 정부 지원, GTX, 동남권신공항 개발 등도 덤이다.

앞선 28일에도 65세 이상 노인중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400여만명에게 월 20만 원의 큰 선물을 안겼다. 전문기관과 정부부처의 "무슨 재원으로"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이날 박 당선인의 발언 앞에 조용히 사라졌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잇단 통큰 선물 약속에 애가 타는 곳은 인수위와 정부다. 당선인 업무보고를 마치고, 중요 공약과 관련한 이행계획을 준비 중인 인수위원들은 최근 기자들 앞에서 입조심에 여념없는 모습이다. “증세는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걸고 100조 원이 넘는 각종 계획을 지켜나갈 묘수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부정적인 뉘앙스의 말이 나갈 경우 국민여론과 당선인, 그리고 인수위 내부로부터 모두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면초가 형국이다.

정부 부처들은 더욱 답답하다. 박 당선인이 제시한 재원마련대책, 즉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 감면 대상 축소로 마련 가능한 돈은 연간 14조2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부처별 불필요 사업을 최대한 줄인다 해도 여윳 돈은 20조 원을 넘기기 힘들다.

한 때 친박계 핵심 의원들 중 일부가 “만약 여의치 않다면 증세에 대해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고 이행할 것인지, 아니면 공약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선언에 대해 국민 동의를 구하는 것이 나은 것인지 다음 선택을 고민할 문제”라며 바람잡기에 나서는 모습에 일말의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최근 박 당선인의 ‘증세 없음’ 원칙 재확인에 그나마도 기대를 접은 모습이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일부 사업을 연기하는 등의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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