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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첫 고졸 여성 임원 김희경 롯데마트 이사 “33년간 아침 저녁으로 회사 생각만 했다”
뉴스종합| 2013-02-05 08:23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경쾌하고 젊었다. “지금은 통화하기 힘드니까 30분 뒤에 전화주세요”롯데그룹이 지난 4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이사대우로 승진한 김희경(50)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은 승진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직원들과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두 번째 통화에선 작정하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여성임원이 드물다고 소문이 난 롯데그룹 안에서 ‘고졸출신 첫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기에 그간의 우여곡절을 뽑아(?)내려는 심산이었다.

“자녀를 키우면서 일하기 힘드셨겠네요”라고 하자 그는 주저없이 “시집 안갔어요”라고 했다. 김 이사는 이어 “결혼해서 아이들 키우며 일하는 여성들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생활하기 쉬웠던 게 사실이죠”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뜨고 있으면 회사일만 생각했다”고 생기발랄하게 답했다.

고교(신경여상)를 나와 198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20년간 신사복 매장에서 근무하고, 롯데마트에서 속옷 바이어(2000년~2005년 4월)를 했던 김 이사. 까다로운 손님이 한 둘이 아닌 유통업체에서 근무하는 그에게 화나고 짜증나고 어렵지 않은 일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김 이사는 “33년간 회사 일이 재미있었어요. 비쁘게 움직여 피곤할 때가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생이 긍정적인 성격인 덕분에 그는‘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세상에 알려졌다. 롯데마트에서 속옷 바이어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국내 토종 할인점 업계 최초의 여성점장(강변점)이 됐다. 수지점장, 잡화팀장을 거쳐 2011년엔 롯데마트 전체에서 매출 2위를 하는 서울역점장이 되더니 사내 최초의 여성 부장 자리에도 올랐다. 


그는 승승장구의 원동력으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꼽았다. 김 이사는“능력있는 직원들이 저를 많이 도와줘요. 우리 점포는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데 중국어와 일어를 잘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라고 했다.

“어떤 리더인 것 같냐”는 질문에 재치있게 넘기는 센스도 발휘했다. 그는 “승진 사실이 알려지자 문자메시지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계속 발휘해 달라’는 축하인사가 많이 온다”며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직원 하나 하나를 바라보며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졸 출신’이 유독 조명받는 요즘이어서 고졸 학력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성공의 팁’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김 이사는 ‘감사노트’를 소개했다. “하루에 10개씩 감사할 만한 일을 써보는 겁니다. 오늘 밥을 먹고 소화가 잘됐다고 하면 그것도 감사한 일인 것이죠. 33년간 그런 마음으로 살았어요. 감사한 마음을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건 아닙니다”

그는 특히“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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