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인
불황 · 엔低 이어 또다른 복병…사계절 ‘불황 시대’ 열렸다
뉴스종합| 2013-02-05 11:09
경기사이클 저점 장기화 영향
조선도 간헐적 수주로 겨우 연명

자고나면 널뛰는 원자재 가격
재계 1년내내 비상경영 체제 돌입

업종불황따른 유동성위기 우려감
자회사 긴급수혈등 기업들 ‘빨간불’



‘업종 사이클 파괴’라는 복병은 재계 경영의 또 다른 악재로 등장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내수침체,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아베노믹스를 표방한 일본의 엔화 공세에 이은 ‘제4의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재계의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으면서 기업은 1년 내내 긴장해야 하는 ‘비상 시나리오’경영에 돌입한 분위기다.

성수기와 비수기 공식이 깨지면서 가장 고민을 하고 있는 곳은 철강, 조선 등 현재 불황업종 기업이다.

최근 철강업체는 월별, 주별 경영점검 시스템을 가동했다. 중국발(發) 공급과잉 때문이다. 중국 정부에선 철강 공급과잉을 걱정해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각각의 성(省)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각 성의 GDP 제고 경쟁, 일자리 창출 경쟁이 그치지 않으면서 철강생산을 자제하기는 커녕 더욱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발 철강생산량 강화는 전 세계 철강산업의 공급과잉 문제를 야기하고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통상 건설경기와 맞물린 3~4월의 성수기 등을 기대하기는 커녕 여전히 찬바람을 걱정하게 됐다.

원자재값의 널뛰기도 경영계획 수립을 방해하는 요소다. 통상 철강업체는 해외 원자재업체와 수년 또는 1년 단위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시황이 불안정하다 보니 메이저업체들은 6개월, 분기, 또는 월별 공급계약으로 강제적으로 바꾼 상태다.

 
불황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위적 구조조정 흐름에 경고를 하면서, 업종 사이클 파괴로 경영 불안에 놓인 불황기업의 위기극복 대책도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사진은 전경련회장단의 지난 1월 회의 모습. 여기에서 조선, 철강, 건설 등 업황이 불황인 업종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사진제공=전경련]

철강업체 관계자는 “핫코일(열간압연코일ㆍHRC) 값이 하루는 t당 600달러 했다가 자고나면 700달러로 오르는데, 이 같은 널뛰기로 인해 경영계획을 하루 아침에 다시 짜야 하는 고통의 연속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종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따로 없다고는 하지만, 수년간의 반복되던 경기 사이클 중 저점이 장기화되면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당분간 버티면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사라지면서 간헐적 수주로 간신히 버티는 분위기다.

와인시장에는 ‘5ㆍ7 공식’(5만원ㆍ7만원대가 잘 팔림)이 깨지고 ‘2ㆍ3 공식’(2만원ㆍ3만원대가 잘 팔림)이 정착됐다. 지갑이 얇아진 고객들이 저가 와인을 선호하다 보니 ‘5ㆍ7’에서 ‘2ㆍ3’으로 이동해 생긴 현상이다. 이러다 보니 판매량은 유지되고 있는데 매출액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A 와인업체 관계자는 “성수기, 비수기 사이클이 확연했던 과거에는 마케팅의 집중화 등의 영업 플랜(계획)을 짜기 쉬웠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매일매일 전투 국면에 임하고 있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부 업종 불황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례도 있어 경고등도 켜졌다. 두산건설에 대한 그룹의 1조원 긴급 수혈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두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공략시장 변화를 통해 업종 사이클 파괴 위기를 돌파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한 해로 삼기로 했다. 화공(60~70%), 산업설비(20%), 발전(10%) 등으로 구성된 사업군을 재정비해 발전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분야와 관련 해외 성장시장을 집중 공략키로 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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