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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인사 맞춤형 생존법 “난 절대 아니다”
뉴스종합| 2013-02-05 11:2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뿐만 아니라 입각이 유력시되는 새누리당 의원 사이에서는 “난 절대 아니다”라는 말이 유행이다. 과거에는 총리나 청와대, 내각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영광이었지만, 지금은 이 같은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줄행랑치기 일쑤다. 박 당선인이 신조로 삼는 ‘철통보안’ 기조에 행여나 거스를까, 알아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소속 인수위원들도 마찬가지다. 몇몇 인사는 청와대나 내각행이 점쳐지지만 지목된 이들은 “난 절대 안 간다”며 강경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 인수위원은 청와대행을 묻는 질문에 “난 사실 이 정부가 탄생하도록 산부인과 의사 역할을 한 것이고, 그 이후에 어떻게 잘 키우냐는 또 다른 몫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인수위원도 “박 당선인이 직접 제안을 해도 난 절대 안 갈 것이다. 정중하게 거절하겠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당선인과 어떤 교감이 오가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인수위원들의 공식 입장은 “난 아니다”, “난 절대 안 간다”로 통일돼 있다.

당내에서 거론되는 인사들도 겉으로는 “난 아니다”면서 펄펄 뛰고 있다. 하지만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는 싫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일례로 유사한 장점이나 전문성을 지닌 의원들이나 인수위원 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견제가 감지된다. B 의원실 한 관계자는 “A 의원님은 어떻게 된다더냐. 청와대 가는 거 맞느냐”며 역으로 출입기자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겉으로는 강경 부인하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불러주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태도는 박근혜표 철통보안 기조와 인선 스타일을 고려한 ‘맞춤형 생존법’으로 보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거론되는 이들 대부분이 난 절대 안 간다고 하는데, 그러면 누가 가겠느냐”며 “특히 인수위 내부에서는 ‘안 가겠다’로 공식 입장을 통일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워낙 ‘촉새처럼 나불거리는’ 사람보다 신중하고 조용한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들 그에 맞춰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당선인의 철통보안 기조도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제기하는 공개 검증의 필요성에도 이 같은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그가 선호하는 인물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철통보안 기조는 정치권에서 무성한 말로 빚어지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를 좋아하는 박 당선인의 철학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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