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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노선 부족에 주차대란 몸살…판교테크노밸리는 지옥밸리?
뉴스종합| 2013-02-06 10:29
서울 연계버스 배차간격 길어
대부분 노선도 아파트중심 운영

분양가 논란에 주차공간 미흡
주변도로 한차선 불법주차 점령

성남시 “신분당선으로 충분”
공공주차장 비용부담 커 난색



판교테크노밸리 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에 근무하는 장혜란(28) 씨는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해 노원구 집에서 나올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출근 거리도 멀지만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 

“신분당선이 뚫렸지만 민자노선이라 비용 부담이 커요. 강남 쪽에서 버스로 갈아타지만 1시간 간격의 버스를 놓치면 다른 버스로 서현역으로 가서 갈아타야 하죠.”

가산디지털단지나 구로디지털단지가 포화되면서 판교테크노밸리로 벤처기업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버스노선이나 주차장 등 교통 인프라 확충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뎌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분당은 서울을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많은 편이지만 판교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테크노밸리 중심부로 들어오는 광역버스는 4000번과 9005번 정도. 20분 간격이다. 많은 근로자들이 “다른 광역버스는 낙생육교 등 다소 떨어진 곳에서 내려 걸어야 하는데 바쁜 아침시간에는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그나마 대부분 출근 시간에도 20분 간격으로 운행돼 콩나물시루를 연상시킨다. 

교통대란과 함께 주차공간이 부족한 판교테크노밸리는 밤과 낮을 불문하고 일대 도로의 양쪽 한 차선은 불법주차된 차들로 점령돼 있다. 이로 인해 성남시청 홈페이지에는 불법주차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남 시내버스를 타는 것도 녹록지는 않다. 대부분의 버스노선은 업체가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 지역이 아닌 아파트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330번, 350번, 500번 등 비교적 가까운 정류장에서 정차하는 노선은 출퇴근 시간에도 배차 간격이 10~20분에 이른다. 늦은 시간에는 30분까지도 늘어난다고. 더구나 대부분 성남 구시가지나 분당에서 출발한다. 이제천(27) 씨는 “퇴근 시간의 경우 판교 지역에는 꽉 찬 상태로 와 버스를 한두 대 보내야 간신히 탈 수 있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서울과 크게 멀지 않고 고속도로 나들목과 가까워 자동차로 출퇴근 하는 직원도 많지만 주차장이 문제다.

밤과 낮을 막론하고 판교 일대 도로의 양쪽 한 차선은 불법주차된 차들로 점령돼 있다. 성남시청 홈페이지에는 불법주차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며 단속 강화를 촉구하는 글이 자주 눈에 띈다.

각 건물마다 지하주차장이 구비돼 있음에도 불법주차가 불가피한 것은 주차 면수가 부족하기 때문. “직원들은 할당된 주차면에 맞춰 주차하고 나머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손 치더라도, 갑자기 방문하는 바이어나 거래처 손님의 주차 문제로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주차장 확보가 미흡한 것은 이 일대 지반이 암석층으로 주차장을 깊게 파기 어렵기 때문이다. 판교신도시 조성 당시에도 지하주차장 건설의 어려움으로 분양가 상승 논란이 인 바 있다.

공공주차장도 모자란 형편이다. 현재 1000여개 업체 4만여명이 근로자가 근무하는 단지 내에 사용 가능한 공공주차장은 570여면 수준. 그나마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건물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만든 게 이 정도다.

이렇게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호황을 누리는 것은 택시업계. 9시만 돼도 큰 업체 주변에 택시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야근이 많은 IT 업계 특성상 대중교통이 뜸해지는 10시 이후에 퇴근하는 개발자들이 많아서다. 한 택시 운전사는 “이 동네는 낮에는 거의 올 일이 없지만 야근하고 서울 등지로 퇴근하는 직원들을 태우면 그날 수입이 짭짤하다”고 말한다.

성남시청 측은 “2월 말까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진행하는 입주기업 실태조사에 따라 교통 인프라 확충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서울 지역과 연계하는 버스노선 신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분당선 활용을 촉진한다는 명목이지만, 다른 노선에 비해 비싼 민자노선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꼴이다. 공공주차장에 대해서도 “주차타워 등을 확충해야 하지만 대부분 부지가 민간에서 소유하고 있어 시에서 추진하기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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