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벤처
[커버스토리] “인생은 속도 아닌 방향…진짜 하고 싶은 일 찾는게 중요하죠”
뉴스종합| 2013-02-15 11:31
‘오픈놀’ 대표 연세대 권인택
-대기업 입사포기…맞춤형 진로선택 서비스 개발
-특허 출원 통해 160개 고교 학교별 컨설팅 제공

‘클로즈’ 대표 홍익대 조재민
-재학 중 ‘유아용 식탁’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
-오는 6월 제품 출시…올해 매출 13억원 목표



청년들이 다시 창업대열로 들어서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올해 입교생(300명) 모집에 1차에만 경쟁률이 3.3대1을 넘어섰다. 2차까지 합치면 7∼8대1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정부 뿐 아니라 서울시 등 주요 지자체의 청년창업 활성화 프로젝트, 창업선도대학 지원 사업, 창업경진대회 등을 합치면 충분히 1990년대 말 벤처붐에 이은 ‘제2의 창업르네상스’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올 법하다.

창업기반도 어느 때보다 좋다. 이미 SNS와 같은 각종 플랫폼에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스마트 인프라도 완벽하다. 창업 및 마케팅 비용이 적다는 뜻이다.

여기에 청년창업 관련한 예산이나 예산성 지원도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 청년 전용 창업자금이 신설된 이후 올해 1300억원으로 늘어났다. 대학생 창업아카데미도 만들어져 전국 60여개 대학에서 창업강좌와 창업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준다. 연세대 동국대 호서대 등 전국 18개 대학은 올해 권역별 창업 선도 대학으로 선정돼 평균 40명의 창업자 양성에 나서게 된다.

일각에서는 취업이 어렵자 택한 탈출구가 창업이라는 시선도 있다. 또 각종 공공기관들이 일자리 만들기가 한계에 부딪히자 내놓은 게 청년창업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학생 CEO의 길을 걷고 있는 권인택(위) 씨와 조재민 씨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 명함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왕성한 도전정신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물적자원보다는 인적자원 바탕의 창의력이 중시되는 창조경제 시대, 청년 창업가들의 활약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요? CEO가 될래요”=권인택(27ㆍ연세대 6년째 재학) 씨의 경우 3학년이던 2009년 포스코 인사팀 학부산학 재학생으로 선발됐다. 졸업과 동시에 포스코 입사라는 예정된 수순에 들어섰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2010년 개교한 자사고인 하나고에서 1년간 숙식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때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목표가 된 청소년들이 예술, 스포츠, 기술 등의 다양한 교육기회를 놓치는 것을 지켜봤다. 이른바 ‘스펙’을 이기는 스토리의 힘을 구현하기 위해 교육보조 웹서비스를 구상했다. 당연 포스코 입사는 포기했다.

이듬해인 2012년 3월 그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 1년간 창업교육을 받고 제품개발과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회사 및 서비스명칭은 ‘오픈놀’. 이 서비스는 데이터가 쌓이면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미래의 일들을 예측, 개개인에게 맞는 진로를 제시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다.

올해는 160여개 고교에서 학교별 컨설팅을 학생에게 제공하게 된다.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인재 유치와 담당업무 배정 시 개개인에 관심과 역량에 맞는 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권 씨의 설명이다.

권 씨는 오는 9월 대학을 졸업하면 기업인(CEO)으로 첫 출발을 하게 된다. 지난해 매출 1718만원을 올렸으며, 올해는 지식맵 판매로 1억2000만원이 목표다. 


권 씨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렇다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향만 가서는 안된다”면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세상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재민(22ㆍ홍익대 3년) 씨 역시 창업의 꿈을 조기 실현한 경우. 재학 중 ‘유아용 식탁’이라는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사관학교(2012년)에 입교해 창업했다. 이는 유아용 식탁의자와 미끄럼틀을 합쳐 하나의 품목으로 만들어 효율적인 공간활용이 가능하도록 한 제품이다. 디자인까지 구체화하고 전공 교수의 추천으로 본격적인 창업활동에 들어갔다. 디자인 콘셉트 선정 및 도면 설계 중으로, 오는 6월부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주 5일씩 밤샘하다시피 하며 작업 중이다. 오는 28일 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하면 사무실을 신구대학 보육센터로 옮겨 비즈니스를 본격화한다.

회사명은 ‘클로즈(cloz)’로, 작년 매출 1300만원, 올해는 베이비페어 참가 등으로 13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조 씨는 “가구 틈새시장을 뚫고 일단 정착시키는 게 과제”라며 “장차 아시아 대표 유아가구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부족한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올해 창업예산 늘고 지원제도도 강화=2013년 창업관련 예산은 1조637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4%(691억원) 증액됐다.

창업자금 융자액은 지난해보다 200억원 늘어난 1조2500억원으로 여기에 청년 전용 창업자금 13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창업을 위한 엔젤투자 매칭펀드도 500억원, 창업기업 전용R&D 자금도 1314억원(339억원↑), 창업 저변 확대ㆍ사업화ㆍ인프라 관련 예산도 2058억원(352억원↑)이 책정됐다. 특히 청년창업에는 청년창업전용자금 1300억원이 운용된다. 민간매칭형 800억원, 융자상환금조정형 500억원이 포함됐다.

우수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 3년 이내 청년창업기업에 초기 운영자금을 공급해 창업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사업이다. 지원조건은 기업당 최대 1억원, 연 2.7% 고정금리며 거치기간은 3년. 신청자격 만 39세 이하 예비창업자 및 창업 3년 미만 기업이다. 이 중 융자상환조정형의 경우 불가피한 사유로 사업에 실패한 경우 재도전이 가능토록 상환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조정ㆍ감면해준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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