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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친구가 점심약속 조차 기억 못한다면?
라이프| 2013-02-20 11:05
약속 잊거나 잘하던 계산 실수땐
치매전단계 경도인지장애 의심을

65세이상 노인 10명중 1~2명 발병
우울증 동반땐 치매확률 더 높아져

매년 1회이상 인지기능검사 병행
운동·금연·뇌운동 등으로 예방가능






“경로당 친구들과 함께 외식하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약속을 했던 사실을 잊어버렸어요. 어디에 가기로 한 건지도 기억이 안나, 태연하게 약속 당일에 시장을 보러간 적도 있었거든요.”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김인순(72) 할머니는 평소와 달리 친구들과 약속했던 사실조차 깜빡할 때가 많다. 가까운 사람들과 약속을 자주 어기다 보니 오해가 계속 쌓이고 차츰 거리도 멀어져 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약속을 할 때마다 달력에 표시를 해놓기도 하지만 달력을 어디다 놨는지 기억을 못한다. 이러한 일이 빈번해지자, 김 할머니는 매사 불안증과 강박증을 호소한다.

▶노인 10명 중 1~2명이 경도인지장애=김 할머니처럼 약속한 사실을 잊거나, 약속을 상기시켜도 기억해내지 못할 경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판단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일상생활엔 큰 무리가 없지만, 평소 잘해내던 일이나 최근의 일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잘하던 계산도 자주 실수하게 된다. 경도인지장애는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2명이 보유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이들 중 10%는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정상 노인이 치매에 걸릴 확률보다 10배 정도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로 기억력장애가 있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치매에 비하면 판단력, 지각, 추리능력, 일상생활 능력 등이 대부분 정상이지만, 단순한 건망증에 비해서는 더 자주 무언가를 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도인지장애의 주요 증상은 금방 있었던 일이나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기억력 저하가 대표적이며, 이전에는 잘해내던 일을 갑자기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계산 실수가 잦아지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억력 감퇴뿐만 아니라 성격이 변하고, 언어·시간·공간 지각능력 등이 함께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건망증은 이런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 연령별로는 65세 이하면서 치매 가족력이 없으면 건망증 증세를 보여도 치매일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65세 이상에서 기억력 상실과 함께 행동 등 다른 변화가 동반되면 치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장보기, 음식 구분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기억력, 집중력, 의사결정 그리고 의사소통 기능을 훈련하는 방법으로 환자의 인지 손상에 따라 다양한 난이도에 맞게 치료할 수 있다.
                                                                                                    [사진제공=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은=경도인지장애를 지닌 노인이 우울증이 있다면 치매발전 가능성은 더 높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팀 전국 31개 치매센터에 경도인지장애로 등록된 노인(65세 이상) 중 우울증이 있는 179명과 우울증이 없는 187명을 대상으로 집중능력, 시공간 지각능력 등을 측정·비교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주의 집중능력은 10~12%, 시공간 지각능력은 13.4%, 실행기능은 26.4%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우울증이 동반되면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년에 1회 이상 인지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 금연, 금주, 봉사활동, 뇌 운동(신문, 잡지, 책읽기, 배우기, 일기 쓰기, 퍼즐 맞추기) 등이 도움이 된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신경과 김정화 과장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2명이 경도인지장애를 호소할 만큼 흔한 뇌질환이지만 경도인지장애는 환자 스스로 인지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면서“평소와 달리 기억력이 많이 저하됐거나, 성격이상 등이 감지되면 곧바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조기 치료를 받아야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되면 신체적·정신적인 활동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휴식과 숙면을 취하고, 균형 있는 식습관과 함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또 평소 쓰지 않던 신체부분을 사용하거나, 손을 많이 움직이고, 지적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상원 교수는 “소일거리를 찾아서 일을 하거나 독서를 생활화하고 각종 모임 등에 참가해 대화를 통해 사회생활에서 고립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기, 바둑, 화투 등 가벼운 놀이나 자원봉사 같은 생산적인 일에 참여하면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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