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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 용인하는 미국…일본 TPP 참여유도 ‘뒷거래’ 있었나
뉴스종합| 2013-02-21 11:07
다중포석 노리는 美
자국내 수출규모 증대로 일자리 창출 의도
日과 군사적 공조…中 견제 다목적 포석도
세계경제 피해 불구 日 공식지지입장 밝혀

말꺼내기도 힘든 韓
FTA발효후 美 무역적자 확대로 관계 서먹
北핵실험에 日환율정책 문제제기도 어려워
새정부, 강대국 틈새 경제출구전략 과제로



미국이 차가워졌다. 일본은 더 독해졌다. 미국은 일본이 밀어붙이고 있는 엔저(円低)정책이 우리나라 등 주변국의 수출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에 대한 ‘화답’일까. 일본은 22일에 있을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TPP(환태평양경제 동반자 협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외신들이 전한다.

우리나라로선 미ㆍ일 두 나라가 등 뒤에서 모종의 ‘뒷거래’를 했다는 의구심을 저버릴 수 없다. 출범이 임박한 박근혜 정부는 강대국들로부터 봉쇄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의 출구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美 ‘다중포석’ 노린다=우리나라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 여러 나라들도 자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엔저를 비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이 이를 용인하는 것은 TPP를 중심으로 한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신(新)경제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목표는 자국 내에선 수출 규모를 증대시켜 다수의 일자리를 만들고, 대외적으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인데 TPP에 일본을 끌어들일 경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기가 다소 편법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개선돼야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자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벗어나 미국 국채를 계속 사들여야 양적완화 정책도 지속 펼칠 수 있다는 포석도 갖고 있다. 아울러 오바마는 TPP를 정체된 미국 수출을 늘려줄 획기적 수단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TPP를 통해 일본과 공조, 중국 경제를 효과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아담포젠 소장은 지난 15일 세미나에서 “22일 미ㆍ일 정상회담에서 엔화 환율, TPP 등이 주요 경제 이슈로 다뤄질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일본)총리에게 ‘미국은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을 지지한다. 그 대신 TPP 협상에 참여하라’고 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핵(北核) 때문에 말 꺼내기도…=경제협력 면에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 변화 흐름은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후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확대되면서 자국 내 인식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는 총 165억6200만달러(약 18조1100억원)를 기록, 2011년 대비 25%가 늘었다. 또 미국 소비자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에 따르면 한ㆍ미 FTA 체결로 미국 내 일자리가 1만6000개나 사라졌다는 주장도 나온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국과 미국이 외교ㆍ안보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의 환율정책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도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경쟁력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10대 수출품목 중 중복품목이 반도체 등 5개로 나타났고, 2011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서 떨어진 우리나라 26개 품목 중 12개가 중국의 손에 들어갔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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