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공공개발 거론되는 용산역세권개발 박근혜 정부 첫 시험대
부동산| 2013-02-21 16:09
[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박근혜 정부의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금난과 주주간 갈등, 사업성 논란 등으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용산개발사업이 결국 정부에 손을 벌리기로 했다.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키로 한 것은 30조원 규모의 대규모 개발사업의 운영자금이 9억원 밖에 남지 않아 당장 다음 달 부도에 직면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출자사들이 빠진 채 공기업인 코레일 주도로 공공개발과 단계적 개발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부동산경기 침체 등을 고려할 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또 새로 출범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민간 주도로 추진해온 대규모 사업에 자금을 수혈하기에 부담이 작지 않다. 손실이 불가피한 민간출자사들이 코레일이나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고, 정부 개입 시 특혜 논란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밋빛 용산개발, ‘천덕꾸러기’로=용산 개발사업은 2005년 코레일 출범과 함께 발생한 고속철도부채 4조5000억원을 해결하기 위해 2006년 8월 정부종합대책으로 확정됐다. 이듬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사업과 연계하자고 제안해 당초 용산역세권개발사업에서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통합개발로 바뀌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사업자로 선정된 삼성물산이 2010년 “용산개발이 4조6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판단해 대표주관사지위를 반납하고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뗐다. 삼성물산의 이탈로 출자사들 사이에선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갈등도 본격화했다.

코레일은 부동산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쇼핑몰과 아파트 등 3.3㎡(1평)당 분양가가 3000만~4000만원대로 너무 높아 분양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은 적자 구조인 용산개발사업을 공공, 단계개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 출자사는 현 사업구조인 일괄통합개발로 가도 흑자가날 수 있다고 맞섰다.

30개 민간출자사 가운데 실질적으로 자금을 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자산관리위탁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이 경기침체로 사업 초기 장담한 대로 자금을 끌어오지 못했고 지분 70.1%를 보유,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롯데관광개발 역시 자본금 55억원의 소규모 회사로, 자금을 대지 못했다.

이 사업에는 지금까지 총 4조원이 들어갔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면 경영권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30조원 초대형사업 ‘파산’ 위기=결국 이런 진흙탕 싸움에 용산개발사업은 7년만에 부도위기에 처하게 됐다. 운영자금이 현재 9억원 밖에 남지 않아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다음 달 12일 기일인 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해 부도를 맞을 처지다. 30개 출자사들로 구성된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추진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와 25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코레일이 ABCP 발행을 위한 담보(반환확약서) 제공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민간출자사들 중에 CB 발행 의사를 밝힌 곳도 아직 없다. 최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해 440억원을 받게 되면 부도를 피할 수 있지만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지급까지 열흘 넘게 걸리는 데다 손해배상 주체인 우정사업본부가 파산 위기에 처한 용산개발에 손배금 가지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개발이 파산하면 가지급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정부에 SOS…후유증 적지 않아=결국 코레일은 공공개발 방안을 강행할 방침이다. 주주들 간 갈등 해소와 자금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레일 측 한 관계자는 “사업 실패에 대해선 주주로서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코레일과 다른 출자사들이 모두 망할 상황에 처할 것 같아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자금을 수혈해 민간 개발사업을 공공사업으로 추진하고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 분양 가능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판매하는 단계 개발로 바꾸면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코레일의 계획이다. 국내외 자본 유치뿐 아니라 회사채 발행한도를 자본금의 200%에서 300%로 확대하고 드림허브 수권자본금을 1조4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관광특구지정이나 국제경제자유구역 지정 등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금을 끌어오고 사업계획을 바꾼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사업 자금만 앞으로 최소 26조원이 들어가야 하는데다 부동산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손실을 볼 처지에 놓인 민간출자사들이 크게 반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드림허브에는 코레일(25%), 롯데관광개발(15.1%), 삼성그룹(삼성물산.생명.화재.호텔신라.에버랜드.SDS 각 참여.14.5%), KB자산운용(10%), 푸르덴셜부동산투자(7.7%), SH공사(4.9%), 미래에셋자산운용(4.9%), 건설사 등 기타 18개사(17.9%) 등 30개사가 출자했다.

민간 사업인 용산개발사업에 정부가 개입하면 특혜 제공이나 혈세낭비 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새 정부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kgung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