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4)의 스완지시티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로써 기성용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라는 ‘큰 물’에서 노닐 수 있게 됐다.
스완지시티는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브래드퍼드시티(4부 리그)와 캐피털원컵(리그컵) 결승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스완지시티는 전반 16분만에 네이선 다이어가 선제골을 터뜨린 것을 비롯, 미추와 데 구즈만 등이 연달아 포문을 열며 브래드퍼드를 초토화시켰다.
▶기적을 잠재운 스완지시티의 열망 = 스완지시티와 브래드퍼드, 두 팀 모두에게 이번 우승컵은 절실했다. 1912년 창단 후 주로 하위리그에 머문 스완지시티는 4부 리그 팀을 상대로 팀 역사상 최고의 영광을 맛보겠단 각오였다. 21년 만에 유럽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했다.
‘영국판 칼레의 기적’을 써내려온 브래드퍼드에게 이번 대회 결승은 이미 기적이었다. 브래드퍼드는 아스널과 애스턴 빌라 등 프리미어리그(EPL) 강팀들을 잇달아 연파하고 올라온 저력이 있었다.
브래드퍼드를 맞아 스완지시티는 준비를 철저히 했다. 스완지시티는 지난 18일 리버풀 전에서 0-5로 대패하면서도 주축 선수를 아꼈다.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시티 감독의 목표는 오로지 우승컵이었다.
이날 라우드럽 감독은 미추를 최전방에 놓고 파블로 에르난데스와 다이어, 웨인 라우틀리지 등 공격력을 총동원했다. 미추의 활약은 이날도 빛났다. 전반 16분 미추가 때린 슈팅은 골키퍼에 막혔지만 다이어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선제골로 완성했다. 미추는 전반 40분 수비수를 앞에 두고 반박자 빠르게 다리 사이로 절묘한 슈팅을 날려 추가골을 뽑았다.
스완지시티는 승리가 확실시되자 다이어와 기성용 등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여유를 보였고 추가 시간 데 구즈만이 쐐기골까지 뽑아내며 승리를 자축했다.
▶결승전보다 어려웠던 여정= 리그컵 우승을 들어올리기까지 스완지시티가 치른 경기를 살펴보면 결승전이 가장 무난했을만큼 매경기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특히 크롤리타운과 미들즈브러 등 2부 리그 팀에 고전했다. 스완지시티는 지난해 9월 26일 열린 32강 크롤리타운 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터진 개리 몽크의 헤딩골로 3-2로 간신히 역전승했다. 16강에서 지난해 리그컵 우승팀 리버풀을 3-1로 잡으며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8강에서 미들즈브러에 1-0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후반 31분 상대의 자책골 덕분이었다.
4강에서 만난 상대는 지난해 유럽 챔피언 첼시.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지만 스완지시티는 원정에서 첼시는 2-0으로 완파하며 우승을 예견했다. 2차전 홈경기 무승부는 그 예견을 굳히게 했다.
▶스완지시티 승리의 중심, 기성용 = 기성용은 이날 발목 부상을 당한 치코 플로레스를 대신해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팀의 운명이 걸린 결승에서 낯선 포지션은 부담일 수 있었지만 기성용의 활약은 변함이 없었다. 상대의 장신 공격수 제임스 한슨(193㎝)을 상대로 헤딩 경합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전반전 강한 태클로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애슐리 윌리엄스와 호흡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카일 바틀리, 몽크 등 백업 수비수가 있음에도 기성용이 중앙 수비수로 나선 건 그만큼 라우드럽 감독의 신임이 두텁다는 방증이다. 언제, 어느 자리든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뜻이다. 기성용은 이날 후반 17분 몽크와 교체돼 나왔지만 이 역시 4부 리그 시절부터 꾸준히 스완지시티에서 활약해온 몽크에게 그라운드에서 영광을 맛보게 하려는 배려의 차원이었다.
지난해 스완지시티로 옮긴 기성용은 나날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리그컵에선 2라운드부터 결승전까지 6경기 모두 경기장에 나서며 우승에 일조했다.
이번 우승으로 기성용은 2011년 스코티시컵 우승과 2012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이후 3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는 박지성(2006ㆍ2010년 리그컵 우승)에 이어 두 번째로 리그컵 정상을 맛본 선수가 됐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