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위에선 심장도 얼릴 냉혈한…평소엔 유쾌한 선생님이죠”
라이프| 2013-02-28 09:51
치켜 올라간 눈, 검은 의상, 어두운 감성,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은 조연의 자리에서 주연만큼의 빛을 발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 댄버스 부인을 연기하는 배우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냉혈한, 무표정에 낮은 저음으로 말 몇 마디 하지 않는 사람일까. 다소곳이 앉아있다 첫 질문에 점잖게 입을 열던 댄버스 부인 신영숙<사진>은 시간이 지나자 점점 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성장이 고픈 배우, 학생을 사랑하는 선생님, 활달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눈앞에 있었다.

“댄버스 부인은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와도 같은 부분이지만 뮤지컬 댄버스 부인의 노래 속엔 그 감정들이 다 드러나 있죠. 심리를 노래로 표현하는 부분이 관객이 댄버스 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14년차 배우는 아직도 작품을 통해 배운다. “선한 에너지가 아니라서 어둡고 음침함을 표현할 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1월엔 ‘황태자 루돌프’의 라리쉬 백작부인과 ‘레베카’의 댄버스를 함께 연기하느라 하루는 밝은 라리쉬를, 하루는 어두운 댄버스를 왔다갔다하며 마치 지킬과 하이드가 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공연 때 다 쏟아 붓고 관객의 박수를 받고 기운을 얻죠. 이후 사람들과의 만남의 시간도 소중한 회복의 시간이에요.”

이렇게 팬들 챙기랴, 공연 연습하랴 바쁜 와중에도 꼭 하는 것이 하나 있다. 7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 자신의 현장경험과 선배로서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올해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청강문화산업대에서 한 학기 16시간 강의가 잡혀 있다.

1999년 ‘명성황후’로 뮤지컬 데뷔, 이후 긴 무명생활을 거쳐야 했던 그는 ‘캣츠’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맡으며 뒤늦게 만개했다. ‘모차르트!’ 때문에 ‘황금별 여사’가 되고 뮤지컬 ‘이’때문에 장녹수 ‘마마’님이 됐다. 그가 이렇게 꾸준히 작품을 해 올 수 있었던 건 자신만의 무기인 목소리를 갖췄기 때문.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무기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신영숙은 지난해 4개 작품을 쉬지 않고 연이어 공연했다. 올 상반기도 벌써 두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를 ‘늦되는 배우’라고 표현한 그는 대기만성에 성공은 아니더라도 일단 큰 그릇은 되자고 다짐하는, 매순간 성장을 고민하는 배우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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