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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 싸움에 … 정부조직개편안은 산으로
뉴스종합| 2013-02-28 10:18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대게 어린 아이들의 고자질은 “쟤가 다 잘못했어”로 시작한다. 상대방의 잘못을 일러바치면 마치 자신은 잘 못한 것이 하나 없다는 식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사흘째인 지난 27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의 모습은 마치 아이들의 ‘고자질’을 보는 듯 했다. 다른 게 있다면 부모가 아닌 국민 앞이라는 것 뿐이다.

이날 오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같은 날 밝힌 IPTV 허가ㆍ재허가 등 인허가권과 법령 제ㆍ개정권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등의 추가 제안을 둘러싸고 때아닌 ‘여론전’을 벌였다. 우원식 원내 수석부대표가 “민주당이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다”며 추가제안을 하자,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기자회견장으로 내려와 “민주당이 양보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30분 후 또다시 회견장을 찾은 우 원내수석부대표는 발끈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서서 “담대한 양보를 했지만 새누리당에게 또 걷어차였다”며 토로하는 식이었다.

여기서 의문은 하나다.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으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여야가 왜 이 같은 ‘대국민 여론전’에만 목을 매느냐다. “난 억울해, 쟤네들이 다 잘못하는 거야”란 식의 하소연은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협상 당사자들은 서로 앞다투어 마이크를 잡는데만 바쁘다. 여야의 경쟁적인 브리핑을 지켜보던 한 국회 관계자는 “지금와서 여론전이 무슨 소용이냐. 잘잘못을 따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결판을 내는게 우선인데 한심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여야 협상의 가장 큰 목적은 서로의 접점을 찾아서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는 데 있다. 잘못을 회피하고 서로를 헐뜯는데 있는게 아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도저히 이견이 좁혀지지가 않는다면, 전문가 토론회나 국민 여론수렴도 협상의 마무리를 짓기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이름만 ‘공청회’였을 뿐 귀를 닫은채 당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나쁜 습관’은 변함 없었다. 지난 13일 방통위 일부 기능의 ICT 이전과 관련, 전문가 4인을 초청한 공청회에서는 야권의 모 의원은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 전문가가 “우리나라처럼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편하는 구조의 합의제 위원회에서는 방송진흥과 ICT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자, “새누리당 편 아니냐”며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쯤되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장악에 대한 야당의 우려에 대한 설득, 또 ICT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답은 내놓아야 한다. ‘젊은층의 일자리 창출 도모’라는 목표하에 추진됐던 이명박 정부의 종편사업이 오늘날 남긴 교훈을 되새겨야할 때다. 무의미한 감정싸움은 서로의 면전에서 끝을 내야함은 물론이다.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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