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정부조직개편 협상 여ㆍ야ㆍ청 모두 상처뿐인 패자
뉴스종합| 2013-03-04 09:47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그리고 민주당의 끝 없는 자존심 싸움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산고 끝에 옥동자가 나온다’는 것은 옛 말일 뿐, 지협적인 방송 논란에 국정공백과 누더기 행정조직이라는 못난이만이 국민들을 기다기고 있을 뿐이다. 이 와중에 새 정치를 내세운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복귀, 그리고 김종훈 장관 후보자의 사퇴라는 핵폭탄까지 청와대와 여야를 동시에 덥쳤다.

▶연일 강공 청와대=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출범 일주일 만에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정부조직개편안 지연에 따른 ‘사과’를 한 것이다. 우리 헌정사상 가장 빠른 ‘대 국민 사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형식만 사과일 뿐, 사실상 밀어붙이기의 의지를 재확인 한 것으로 해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양보를 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야당의 꼼수다”라며 민주당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애국심”까지 나올 만큼 청와대의 전투 의지는 거세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불통’과 ‘고집’ 지적은 상처다. 아직까지 여론은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는 평가지만,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이 계속 늦어질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회, 특히 야당과 불통이 계속될 경우 과거 정부 때와 같은 저항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문제의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으로 내정됐던 김종훈 후보자의 전격적인 사퇴 소식에 청와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표 스타가 자진 사퇴함으로써 새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창조경제의 이미지도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거수기에서 출장소까지 난감한 새누리=새누리당은 난감할 뿐이다. 같은 편으로부터는 “일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한다”는 꾸지람을, 반대 편에서는 “청와대 출장소”라는 조롱을 듣는 처지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정부 조직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정부가 힘차게 발진할 수 있도록 국회가 뒷받침해야 한다”며 “여야가 힘을 합해 통과시키라는 것이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관철에 전력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협상 관철을 위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최근 민주당과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별 다른 대안을 내놓 지 못한 채 야당의 양보만을 재촉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청와대가 주말부터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민주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존재감마져 잃어버린 형국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행하는 거수기를 넘어, 청와대 입장만 대변하는 출장소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참석자 모두가 “청와대 특별 담화”만 언급하며 “국민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고 이구동성 한 소리를 낸 것도 이 같은 새누리당의 처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소탐대실할라 민주당=이날 민주당은 겹겹이 쌓인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대 국민 담화가 예정됐던 악재라면,느닷없는 안철수의 정계 복귀에, 김종훈 장관 내정자의 사퇴는 민주당을 향한 날카로운 칼날인 셈이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4월 재보선 출마, 그리고 예상되는 신당 창당은 민주당을 공중분해 시킬 수 있는 핵폭탄이다. 특히 안 원장 측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구태를 정계복귀의 한 이유로 내세우면서, 민주당을 포함한 정계 개편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최대 60여 명 선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내 ‘친 안철수’ 성향 현역 의원들의 동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종훈 장관 후보자의 전격적인 사퇴도 민주당을 향한 여론의 시선을 따갑게 만드는 요소다. 민주당은 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사필귀정, 당연한 일”이라며 애써 태연했지만, ‘방송’이란 지협적인 것을 이유로 정부조직개편한 협상을 한 달 넘게 끌고 있다는 ‘발목잡기’가 만든 사태라는 지적에는 억울하다는 비판만 할 뿐이였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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