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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앞뒤 안맞는 ‘엉뚱 딜’…靑은 마이웨이…與는 팔짱만
뉴스종합| 2013-03-07 11:09
민주 “방송중립 포기못해” 밀어붙여
靑‘비상시국’ 간주 매일 수석회의
새누리는 샌드위치 신세 끌려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민주당이 모두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조직과 상관없는 생뚱맞은 지상파 방송 사장 선임 문제를 들고 나온 민주당이나, 야당 안은 받을 수 없고 청와대는 설득하기 어려운 새누리당, 대통령 스스로 ‘불퇴’를 공언하며 여지를 없앤 청와대나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정공백에 대한 국민 불안은 커지는데 청와대는 ‘원칙’, 새누리당은 ‘명분’, 민주당은 ‘편파방송 트라우마’로 오기를 부리다보니 이제는 스스로 입장 변화에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마치 ‘등 뒤집어진 거북’ 꼴로, 3자 간 양보나 타협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형국이다.

▶민주, 방송중립 포기 못한다=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위해 ▷MBC 김재철 사장 검찰조사 ▷공영방송 사장ㆍ이사 인선요건 강화 ▷언론청문회 실시 등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과는 관련없는 정치적 요구”라는 반대 여론이 일자 당내에서도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내세운 대안이다보니, 일단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3대 조건을 계속 거부하면 정부의 방송 장악 의도가 확실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SO 관련 권한을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기면 청와대가 케이블방송까지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일 민주당이 제안한 지상파 방송 사장 관련 제안을 거부한 새누리당은 이날 이한구 원내대표를 통해 일단 정부조직법개편안을 통과시키고 차후에 수정안을 논의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민주당 관계자는 “너무 전문적인 방송영역으로 들어가니까 국민이 별거 아닌 문제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방송 공공성 차원에서 크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의 검찰조사를 요구한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궁색한 변병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구체적인 수사방향에 대해 정치권이 압력을 행사하자는 의미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원칙 포기 못한다=청와대로서는 민주당 요구는 현재 정부가 방송사 인사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발끈했다.

김행 대변인은 “미래창조과학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송사 사장 인선 등과 연계했는데, 그것이 바로 정부조직법을 정치적 이슈로 다루고 있다는 증거”라며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원안 고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현재의 식물정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일일상황점검회의를 겸한 수석회의를 매일 여는 한편, 청와대 각 수석비서관실의 해당 비서관이 부처를 1대1로 책임지고 현안에 대응하는 일종의 ‘1급 장관 대행’ 체제도 갖췄다.

하지만 청와대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청와대가 정부조직개편을 얻어내려고 일부러 ‘보이콧’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 이러지도 저러지도=새누리당은 샌드위치 신세다. 정치색 짙은 민주당 안을 받을 수도, 협상의 여지를 넓히기 위해 청와대를 설득하기도 애매하다. 협상의 장기화로 식물정부 상태에 대한 집권여당의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민주당 제안은 정치권이 공정 방송에 개입하자는 얘기밖에 안된다. 이율배반적이고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또다른 대안을 내놓자니 청와대를 설득해 재량권을 얻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없는 정치 현안을 두고 거래에 나서기도 눈치가 보인다.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던 4대강, 한식 세계화 지원사업에 대한 감사 요구안 등이 좋은 예다.

이러다 보니 7일 새누리당이 내놓은 새 제안은 “일단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하고, 이후 수정안을 논의하자”는 어정쩡한 내용에 그쳤다.

한석희ㆍ김윤희ㆍ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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