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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한국형 토빈세 부상 ‘슈판세’, 해외투기자본 막는 최종병기 될까
뉴스종합| 2013-03-22 06:52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해외투기자본을 막기 위한 토빈세(금융거래세) 도입에 대한 찬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토빈세로 ‘슈판세(Spahn tax)’가 부상하고 있다.

▶위기 따라 ‘고무줄 세율’=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8일 인사청문회 질의 과정에서 토빈세 도입에 대해 “토빈세 원리는 현물시장에서 환전할 때 과세를 하는 것인데 정통적인 토빈세는 우리 시장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슈판세(Spahn tax)’는 고려할 만하다”고 밝히면서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슈판세란 1996년 파울 베른트 슈판 독일 괴테대 교수가 제안,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제한하기 위해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목적면에선 토빈세와 유사하지만 외환시장의 여건에 따라 차별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따라서 ‘2단계 토빈세’로 불리는 슈판세는 평상시와 환율 변동이 심한 시기에 세율을 차등 적용한다. 2006년 처음으로 벨기에에 적용됐다.

국내에도 이미 슈판세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이를 담은 외국환거래법을 국회에 제출하고 투기성 외화자금이 들락날락하면서 환율 급등락과 통화 위기 촉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외화자금 거래에 대해 ‘평시엔 저(低)세율, 위기시엔 고(高)세율’이란 2단계 구조를 취하도록 했다. 환율 등락폭이 3% 이하일 때는 0.02%, 3%를 초과할 때는 10~30%의 거래세를 거래 규모에 비례해 징수하는 방식이다.

세계화 비판론자로 불리는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는 최근 한 강연에서 “한국 정부가 내놓은 변형된 토빈세 정책은 필요하고 시의적절하다”며 “다만 세금 도입 목적은 중장기적어야 하고, 단기적 원화 강세에 대한 조치로 (토빈세를) 도입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위축ㆍ자금경색 우려도= 그러나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대한 우려도 큰 게 사실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유럽의 금융거래세 도입 논의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새로운 자금이 원활히 유입되지 않아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스웨덴, 일본, 대만 등은 과거 금융관련 거래세를 도입했지만 거래 위축과 미미한 세수 증대 효과 등으로 인해 이를 폐지했다. 스웨덴의 경우 84년 주식거래세 1%, 89년 채권거래세 0.15%를 각각 부과했다 채권현물거래가 런던 등으로 옮겨가면서 시장의 85%가 위축됐다. 결국 1991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채권거래세의 경우에도 외국인의 비중이 워낙 낮아 도입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채권시장 유동성 위축, 자본비용 증가 등 부작용만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외환거래량은 하루 평균 454억 달러 규모고, 외국인 채권거래대금은 일평균 3억3700만달러 수준이다.

▶해외는 ‘토빈세 전쟁’ 중= 해외에서는 현재 토빈세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이를 반대하는 미국, 영국 등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 11개국은 지난달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토빈세를 도입하기로 결정, 세수 확보 계획을 밝혔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이 참여했다. EU집행위원회는 이로써 연간 최대 350억유로(약 51조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번 거래세에 참여하는 국가 중 가장 경제 규모가 작은 에스토니아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164억유로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러나 금융산업이 발전한 영국을 비록한 EU 16개과 미국 정부,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과세 국가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가 관련한 모든 거래에 토빈세를 적용토록 했기 때문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월가 대형 금융회사를 대변하는 금융서비스포럼 등은 EU 집행위에 금융거래세의 일방적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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