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좋은 일자리 53% 불과…뉴잡 늘었지만 굿잡 줄었다
뉴스종합| 2013-03-20 11:26
‘안 좋은 일자리’ 49% 증가
‘좋은 일자리’ 증가율의 두배
근로빈곤층은 점점 늘어나
새 정부 고용률70% 목표위해
일자리 질적팽창 발등의 불


은퇴했는데도 아이 녀석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직장에서 더 일했으면 좋으련만 책상은 사라졌다.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생계형’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50대 자영업자. 하루 종일 일했지만 네 식구 삶은 빠듯하다.

변변한 직장 한 번 구하지 못했다. 스펙은 남들 못지않다. 중소기업은 불안정하다. 비정규직 자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대졸 취업준비자’. ‘좋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우리들이다.

일자리 창출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과제다. 그러나 양적 팽창만으론 부족하다.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일자리는 지속적일 수 없다.모방이 아닌 창조경제를 통한 새롭고 좋은 일자리, 중소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질(質) 높은 일자리 창출은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숙제다.

이에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은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있는지, 연도별 추이는 어떤지 파악했다. 또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좋은 일자리 지수(HH-Good Job Index)’를 개발했다. ‘좋은 일자리’ 비중을 나타내는 GJI는 지난해 53.3%로 나타났다. 


본지와 현경연은 임금근로자 중 중위소득(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서를 매긴 다음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가구의 소득) 75% 이상이면서 정규직이면 ‘좋은 일자리’, 비정규직이면 ‘괜찮은 일자리’로, 중위소득 75% 미만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힘든 일자리’, ‘안 좋은 일자리’로 각각 구분했다.

20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좋은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53.3%로 9년 전인 2003년의 54.5%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다. 좋은 일자리 비중은 ‘2년 고용 후 정규직 전환’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2007년 48.8%로 저점을 찍은 뒤 2010년 55.5%까지 증가했다. 그러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 53.3%를 기록했다. ‘괜찮은 일자리’는 같은 기간 16.2%에서 13.9%로, 2.3%포인트 감소했다.

이번 결과는 좋은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인식이 실제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본지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82.3%에 달했다. 반면 ‘힘든 일자리’는 13.0%에서 13.3%로, ‘안 좋은 일자리’는 16.3%에서 19.4%로 각각 증가했다.

일자리 숫자로 보면, ‘좋은 일자리’는 최근 9년간 770만8000개에서 946만개로, 2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안 좋은 일자리’는 231만3000개에서 344만개로 48.7% 늘어났다. 안 좋은 일자리 증가율이 좋은 일자리의 배가 넘는다. ‘일자리의 질’ 하락은 현실인 것이다.

백흥기 현경연 수석연구위원은 “한 국가의 일자리 창출능력과 결과는 양과 질,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고려돼야 한다”면서 “국내에서 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본지는 2013년 리디자인 코리아(Re-Design Korea)의 4대 기획 중 하나인 뉴잡 굿잡(New Job Good Job) 시리즈의 2부 ‘현실을 알아야 해법이 보인다’에 이어, 3부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GJI는 반기마다 발표할 예정이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