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재해
울산 자살공무원 유서보니 “제일 말단에서…”
뉴스종합| 2013-03-21 07:00
[헤럴드생생뉴스] 업무과다를 호소하며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울산시 사회복지직 공무원 A씨가 실제로는 조직내 인간관계에서도 심각한 고민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3시 15분께 울산의 인근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의 차 안에는 A4용지 두 장 분량의 유서가 있었으며 업무가 많아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A씨는 평소에도 아내에게 “적지 않은 나이에 공무원이 됐는데 예상보다 일이 많아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A씨의 자살원인은 업무과다 뿐만은 아니었다.

A씨가 남긴 유서의 첫머리에는 “일이 많은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원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A씨는 이어 “공공조직의 제일 말단에서 온갖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부속품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은 사투보다 치열하다”며 “내 모양이 이렇게 서럽고 불쌍하기는 처음이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는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된 자리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열심히 버티라고 말해주겠지만 이 자리에 앉아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부모, 부인, 내가 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깔끔하게 사라져 준다면 적어도 내가 진짜 절박했노라고 믿어줄 것이다”고 하면서 “지난 두 명의 죽음을 자신들이 약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써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고 유서를 끝맺었다.

그가 유서에서 말한 두 명의 죽음이란 지난 1월 31일 경기도 용인시 한 병원에서 투신한 용인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29)과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남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32·여)으로 추정된다.

A씨는 지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공부해 사회복지 공무원에 합격했으며, 밤늦게까지 일했고 주말에도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울산 북구에서 아내, 어린 자녀와 함께 살았지만 지난 2주간은 업무 때문에 울산 중구 본가에서 출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울산 중구는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공상 처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21일 밝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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