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돈 되는 만화 ‘웹툰의 경제학’
뉴스종합| 2013-03-22 11:24
‘신과 함께’ 단행본으로 13만권 판매고
사상 첫 유료판매 4000만원 육박
제작비 100억 블록버스터 영화로도 재탄생
다양한 소재·장르로 문화산업 이끌어

2011년 만화산업 수출액 1700만弗
경쟁력 갖춘 콘텐츠 지속 발굴 과제로





개봉을 앞둔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에는 총 100억원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한다. 600만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영화사가 이 정도 돈을 들여서 영화를 제작하는 데는 시나리오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는 원작에서 나온다. 이 영화는 주호민 작가의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를 원작으로 한다. 이승세계와 저승세계를 뛰어난 상상력을 동원해 풀어내는 이 웹툰은 올해 초 네이버에서 시험적으로 완결작을 유료로 판매해 두 달간 3770만원을 벌어들였을 정도의 인기작이다. 2010년 12월에는 단행본으로 출판돼 8권까지 총 13만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디지털 서적이 출판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한 기록이다.

만화가 ‘돈’을 벌고 있다. 흔히 ‘가난한 직업’으로 여겨지던 만화가 문화산업의 젖줄이 됐다. 만화가 디지털 시대에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면서부터다. 최근 영화계, 방송가, 대학로 등 문화산업 전반에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드는 수백여편의 웹툰이 다른 문화산업의 원천 콘텐츠가 돼 플러스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책, 영화, 게임…콘텐츠의 주역이 된 웹툰=현재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웹툰의 50%는 이미 단행본으로 출판됐거나, 출판을 준비 중이다. ‘보톡스’ ‘무한동력’처럼 전자책으로 출판된 사례까지 더하면 거의 대부분의 웹툰이 출판업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네이버 최고의 화제작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무려 40만권이 판매되기도 했다. 김규삼 작가의 ‘천리마 마트’는 다음달쯤 소셜네트워크 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웹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웹툰의 영상화 사례에서는 네이버보다 다음이 앞선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는 340만명의 관객을 모은 웹툰 원작 영화의 최고 흥행작이다. 다음에는 스타작가 ‘강풀’도 있다. 강풀 작가의 작품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26년’은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웹툰 속 캐릭터가 문구류 등 팬시상품으로도 제작되기도 한다. 네이버 웹툰 중 40%가량은 팬시상품으로도 제작되고 있으며, 다음에서 연재 중인 ‘어쿠스틱 라이프’ ‘다이어터’ ‘결혼해도 똑같네’ 등의 작품도 텀블러, 스티커, 다이어리 등 문구류 상품으로 제작돼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가 웹툰 인기 견인=국내에서 웹툰 시장이 이처럼 르네상스를 맞이한 데는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가 기여한 바 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가 늘어나면서 대중이 웹툰에 접근하기 쉬워진 것. ‘천리마 마트’의 김규삼 작가는 “만화를 보는데 산 넘고 물 넘어서 보지는 않는다. 나와 가까운 곳에 있어야 보게 된다”며 “웹툰이 성공한 이유는 출퇴근길에 만화를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실제로 스마트폰이 보편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웹툰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각 포털사이트의 웹툰 검색과도 맞아떨어진다.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끌며 다음에서 연재된 ‘미생’의 누적 조회 수는 무려 800만건. 최근 검색량이 급락한 다음의 효자종목이라 할 수 있다. 미생의 인기와 함께 다음 웹툰의 순방문자 수는 2011년에 비해 30% 가까이 늘었으며 월 평균 페이지 뷰도 7억4000만건으로 2011년에 비해 35%가량 증가했다.

네이버는 이보다 강하다. 한 달에 웹툰을 보기 위해 네이버를 찾는 방문자 수는 1700만명에 이른다. 네이버에서 웹툰 ‘마음의 소리’를 연재하는 조석 작가가 자신의 웹툰에서 ‘네이버에 조석을 쳐 보세요’라는 컷을 담자, 실제로 ‘조석’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서 1위에 올랐다는 사례는 아직도 전설처럼 남아있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끼’. 총 관객수 300만명을 돌파 하는 등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이 같은 성과에 포털도 놀랐다. 포털은 웹툰을 각 플랫폼에 최적화시키며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해 스마트툰을 출시해 웹툰을 스마트폰에 최적화시켰다. 한 화면에서 한 컷만 봄으로써 이용자 편의를 최대한 반영했다. 다음은 지난해 말 주요 콘텐츠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사이트 메인 화면을 개편했고, 특히 미생 등 다음에서 연재되는 인기 웹툰을 메인 페이지 하단에 배치해 이용자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본 누르고 만화강국으로 올라서려면?=이처럼 국내에서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웹툰이 새로운 한류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문화 콘텐츠 업계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만화 산업의 수출액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11년 만화산업의 수출액은 1721만달러로 전년 대비 111.1% 상승했다. 최근 만화 산업은 2009년에서 2011년까지 연평균 102.2% 증가해 상승세가 무섭다. 반면 2011년 만화 산업의 수입액은 396만달러로 전년 대비 24.9% 감소해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증가는 국내 만화 산업이 이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국내 제작 어린이 학습 만화다. 업계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웹툰이 만화 단행본으로 제작돼 해외로 수출되는 일이 많아진다면 지금보다 만화 산업의 수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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