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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급한불 끄려 무차별 돈살포…각국 자산거품 부채질 ‘부작용’
뉴스종합| 2013-03-22 11:19
美Fed 조치 결국 과잉유동성 초래
출구전략 못 찾으면 인플레 등 발생
경제학자들 현 통화정책 잇따라 비난
EU·일본도 단기 조치에만 급급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그랜드하얏트 호텔. 전미경제학회(AEA)가 ‘중앙은행의 독립: 실제 또는 신화’ 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100주년을 기념한 이 토론회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독립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상과 영향력이 몰라보게 커진 Fed였지만 이날만큼은 전문가들의 뭇매를 맞았다.

Fed의 통화정책이 행정부의 재정정책과 연계돼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각에서 실행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일 먼저 제기됐다.

피터 왈리슨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2002년에 이미 주택시장에 거품 징후가 보였음에도 Fed는 정치적 이유에서 저금리를 지속했다”면서 이 같은 Fed의 정치적 행보가 결국 주택시장 거품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이사회 의장은 2004년 당시 집값 버블에 대해 “전국적인 가격 왜곡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3년 후 미국 경제는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켰다. 이 같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이라는 정치적 대의명분 아래 무한대의 돈을 살포하고 있는 Fed의 현 통화정책을 우회적으로 빗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 중앙은행(ECB), 일본 중앙은행(BOJ) 등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정부와 손을 잡고 수조 달러에 이르는 돈 살포에 나서면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이 같은 돈 살포는 결국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들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ECB와 BOJ 본사 전경.

앨런 멜처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Fed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안정보다는 단기적인 면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며 “이것이 연속적인 양적완화(QE)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Fed가 법적 독립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Fed 스스로 정치적 독립성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인들과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시간 개념은 엄연히 달라서, 정치인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를 원하지만 중앙은행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Fed의 행보에서는 이 같은 본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Fed는 경기회복이라는 명목으로 최근 수년간 무려 3조달러 이상의 돈을 풀었고, Fed의 이 같은 과잉 유동성 공급은 거품 경고로 이어지고 있다.

폴 볼커 전 Fed 의장은 “부양 기조를 접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결정적 시점에 시장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면서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진짜 도전”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을 지낸 실라 베어도 “미국의 금융업계가 2009년 이후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Fed는 아직까지 제로금리 정책에서 탈피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Fed가 정책을 빨리 바꾸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11년에 과잉 유동성 공급 여파로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해 8월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빚(원금과 이자)을 갚을 능력이 줄었다는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는 비단 Fed만의 문제가 아니다. Fed의 양적완화는 결국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미국과 똑같은 선택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 등은 최근 채권 매입 프로그램과 무리한 양적완화를 통해 통화정책을 재정정책에 예속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CB 집행이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는 페트르 프레이트는 “ECB의 예외적인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공급 조치가 더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이 같은 부양정책의 효과는 떨어지고 말 것”이라며 “예외적 통화정책은 일시적인 차원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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