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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치 못한 탈세의혹 결정타…경제민주화 추진도 ‘갈지 자’
뉴스종합| 2013-03-25 11:18
대형로펌서 대기업 소송 맡아
불공정거래 관리 자질부족 논란
수십억 비자금 운용도 모자라
역외탈세 의혹까지 겹쳐 결국 백기

12일간 업무보고 통해 고급정보 접해
일부선 사적 이용 가능성에 우려도




25일 자진 사퇴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그동안 자질 논란과 세금 탈루 의혹에 휩싸였다. 야당은 ‘탈세 전문가’라고 총공세를 펼쳤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다국적기업과 대기업을 변호한 후보자의 자질을 문제 삼아 사퇴를 압박했다. 결국 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낙마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 후보자는 지명되자마자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대형 로펌에 근무하면서 국내 대기업과 금융기관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1984~1996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1996∼2002년 ‘법무법인 율촌’에서 일하다가 2002년 김앤장으로 복귀해 2007년까지 근무했다. 이어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때문에 대기업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관리ㆍ감독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경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코드인사’ 논란도 일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공정위원장직 수행의 적합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돼 국회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채 장시간이 경과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겉으로 볼 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00억원대 재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108억9700만여원으로 신고했다. 자신의 재산 102억원 가운데 90억6700만원은 은행과 증권사 예금이었다.

이어 터진 세금탈루 의혹은 한 후보자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1억9700만여원의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않았다며 인사청문회 개최 보류와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2002~2005년 발생한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2950만여원을 2008년에 납부하고, 2006~2009년 발생한 종합소득세 1억6800여만원은 2011년 7월에 일시 납부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일부 언론은 한 후보자가 국외에서 수년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면서 역외탈세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세청은 2011년 국외 금융계좌 잔액의 합계가 단 하루라도 10억원을 넘으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는데, 한 후보자는 같은 해 6월 말 계좌를 신고하고 다음달 탈루 세금을 납부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의’ 확립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한편 공정위의 특성상 위원장 후보자의 중도 사퇴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14일부터 12일 동안 위원장 후보자 자격으로 공정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아오던 터. 일각에선 한 후보자가 다시 학계로 돌아간다고 해도 변호사 자격증이 있고 여전히 공정위의 대척점에 서 있는 기업들을 위한 자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스런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후보자가 취득한 정보들만으로도 국가기관의 고급 정보 취득으로 볼 수 있다”며 “ 개인의 인격만을 믿고 이에 대한 사적 이용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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