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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의 유리온실 포기가 씁쓸한 이유
뉴스종합| 2013-03-27 11:27
동부그룹이 결국 ‘아시아 최대 유리온실 사업’을 포기했다.

총 10ha가 넘는 첨단 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생산해 수출하겠다던 야심찬 프로젝트다. 토마토 농가와 농민단체가 “대기업이 토마토 농사까지 지으려 한다”는 ‘동네빵집론’과 동부팜한농의 비료·농약 등에 대한 불매운동 카드를 들고 나오자, 26일 오후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동부그룹은 토마토를 공동 생산하는 상생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농심을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앞에서는 한중일FTA중단농축산비대위 농민대표자들이 FTA 중단을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농민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전에는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집회였다.

한날 한시에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을 보면서 우리 농업이 처한 암담한 현실에 한숨이 나온다.

해외 농산물에 맞설 수 있는 체질개선 대책을 요구하면서도, 어떠한 변화나 희생도 감내하기 힘들다는 농민들의 입장에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대기업의 ‘유리온실’은 걷어내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우리 농업 전체에 어떤 외풍도 들어오지 못하게 거대한 ‘유리온실’을 쳐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동부에게도 아쉬운 점은 많다. 생산한 토마토를 중국과 러시아에 수출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생산량 세계 제 1위, 11위의 토마토 수출국가다.

그렇다 보니 결국 우리 시장에 밀려들어올 것이라는 농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면 모든 면에서 더 깔끔하고 비범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 곡물자급률은 20%대, 식량자급률은 44%에 불과하다. ‘농업 경쟁력’은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분야 중 하나다. 어떤 형태로든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와 대기업, 농가, 소비자 간에 농업과 서로를 바라보는 간극은 크다. 이번 유리온실 사태는 그래서 유독 쓰게 느껴진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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