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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맨 강만수의 퇴장…금융 4대천황 물갈이 신호탄?
뉴스종합| 2013-03-28 11:14
강만수 KDB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68)이 오는 29일 산은지주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공식 사퇴한다.

강 회장은 28일 “더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은 새 정부에 부담을 주게 된다” 며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강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세계 50위권의 ‘챔피언뱅크’를 꿈꾸던 산업은행의 비전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강 회장은 2011년 3월 취임과 함께 해외 수주 등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글로벌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산업은행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시키기 위한 ‘챔피언뱅크’ 구상을 펼쳐 보였다. 자산 확충을 위한 기업공개(IPO) 추진과 소매금융 진출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이 그것이다.

강 회장은 평소에도 “민영화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 면서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은행(챔피언뱅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산업은행은 해외경쟁력이나 신용등급, 인력구조 등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강 회장의 취임 이후 내내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던 ‘MB정부 실세’라는 정치적 명함이 결국엔 발목을 잡았다.

IPO 추진은 야권 등의 반대로 기약 없이 지연됐으며, 소매금융사업도 고금리 상품에 대한 감사원의 최근 지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강 회장이 물러나면 회장직은 윤만호 사장이, 산은 행장직은 김한철 수석부행장이 각각 직무대행을 하게 되지만 산업은행의 경영전략은 원점에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실험은 결국 CEO리스크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면서 “전문성이 강조되는 금융분야에서 만큼은 더 이상 ‘정치금융’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융권은 술렁이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과 공공기관장들이 연쇄적으로 사의를 표시할지 주목된다.

노자 도덕경 2장은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라 했다. 사명을 다하고 총총히 물러나는 이의 미소는 아름답다. 자리와 때를 잘 식별해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지키는 일 또한 아름다울 것이다. 공기업 수장들의 퇴장이 매번 씁쓸해 보이는 것은 그저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은 아닐까.

양춘병기자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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