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일반
개발만 하면 ‘황금알’ 수십조 빌려 삽질…곳곳 ‘제2용산’ 뇌관
부동산| 2013-03-29 11:17
PF자금 로비력에 의해 좌지우지
사업주체 아전인수격 계획 수립

인천 용유개발·파주 복합단지 등
전국 대형사업 67%가 부실화
건설사 직격탄 내수침체로 연결

저축銀 등 금융권으로 부실 확산
대출상환 압박에 서민도 황폐화
비리 차단 객관적 평가체계 시급




개발 바람을 타고 마구잡이로 추진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이미 굵직굵직한 1군 건설회사 27여개사가 발목을 잡혀 무너지는 단초가 됐고, 현재 살아남은 일반 건설업체도 저승사자 앞에 선 꼴이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PF 대출 보증 덫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다.

이로 인한 1차 피해는 해당 부동산 및 건설업체이지만 공급자인 저축은행ㆍ보증업체 등 금융권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저축은행 수십개의 부실이 여기서 비롯됐다. 아울러 전문 건설업체를 비롯해 주택 전문업체, 시행사, 설계업체, 분양 대행사, 중개업소, 인테리어회사 등의 부도 도미노를 유발해 산업 자체가 무너질 처지다. 서민 일자리 창출의 대부 노릇을 해온 부동산ㆍ건설산업이 암흑기를 맞으면서 고용 시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그뿐인가. 방만하게 추진됐던 부동산 개발 사업이 파산, 널브러진 채 흉물로 변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에게 파급되고 있다. 보상금만 믿고 빚을 낸 사람들이 대거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PF 사업의 정상화 대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개발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산업의 리모델링이 절대 필요하다. 아울러 부동산 개발계획을 제대로 평가하고 수행 능력 여부를 점검하는 제도적 정비 역시 화급하다. ‘금요기획’으로 4회에 걸쳐 부동산 PF 사업의 정상화 필요성과 선결과제, 외국의 개발 사업 평가 체계 등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평가 체계 도입 방안을 모색해본다. 


‘용산 사태’에서 보듯 수십조원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대부분이 치밀한 사업계획 및 수행 능력 평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다. 사업 주체가 아전인수 격으로 개발계획을 수립, 이를 기준으로 금융권에 PF를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과대 수익계상은 물론, 온갖 비리와 부정이 싹트게 된다. 해당 업체와 금융권 등은 수익 나누기에 급급하고, 로비력에 의해 PF자금이 좌지우지된다. 원초적 부실이 초래되는 셈이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사업 및 수지계획은 엉망으로 변해간다. 지난 1997년 이후 자리 잡은 개발(시행)과 건설(시공) 분업 체계가 도입되고, 2000년 중반 부동산 경기가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이 같은 폐단은 극에 달했다.

2008년 말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무려 83조1376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주먹구구식 민간 개발 사업이 난무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민ㆍ관 합동 개발 방식인 공모형 PF 사업이 가세, 2012년 1월 말 현재 31개 사업, 81조원대의 공모형 PF 사업이 추진돼왔다. 우후죽순 격으로 PF 사업이 추진된 반면, 시장은 역으로 급격히 침체해 부실과 부도는 꼬리를 물고 있다. 용산 국제업무단지의 파산은 빙산의 일각이다. 서울 상암DMC 랜드마크타워, 파주 복합단지, 킨텍스 복합상업시설, 인천 용유 개발,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 등 대형 사업 67% 정도가 부실화되면서 업체의 발목을 잡았고, 이는 내수 경기에 심각한 악재가 되고 있다. 주민 피해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땅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주민들은 대출 상환 압박과 이자 부담 등으로 뿌리째 망가지고 있는 것. 파행 개발 사업의 대폭적인 수술과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다.

물량 기근에 시달리는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용 불쏘시개로 활용하고 이를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적극 기여토록 유도하는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객관적인 평가와 수행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PF 사업의 부실을 막고 로비와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객관적 평가 체계 보완이 절대 필요하다.

장용동 대기자/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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