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결혼도 산업이다. 독신자 670만(25~49세까지) 시대를 맞아 국내의 결혼 산업은 더욱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
한 쌍이 결혼을 하게 되면 얼마만큼의 내수(?)가 창출될까.
2009년 보건복지부가 진행했던 조사에 따르면 결혼에 드는 평균 비용은 남자가 7400만원, 여자가 334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2009년 혼인 인구는 30만9759쌍이다. 2009년 혼인 인구 수에 평균 비용을 곱해보면 33조3000억원이란 결과가 나온다.
2011년은 여성가족부가 2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에 드는 비용은 평균 1억1014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남자가 8078만원, 여자가 2936만원이 든다.
국내에서는 남자가 집을 얻고, 여자가 살림살이를 장만한다는 관념이 아직 강하기 때문에 남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더 크다. 평균 결혼 비용 중 집을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남자가 6465만원, 여자가 512만원이다. 그 외에는 살림살이를 장만하거나 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가는 등의 비용으로 소요된다.
2011년 결혼한 인구는 329087쌍. 여가부의 조사를 통해 전체 결혼 경제 규모를 추산하자면 36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의 상황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을 절로 실감하게 된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미혼 직장인 155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주택마련과 혼수 등 제반 비용을 합쳐서 총 2억66만원 정도를 평균 결혼 비용으로 꼽았다. 주택마련에 평균 1억4582만원, 혼수 등에 5484만원이 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결혼한 이들은 32만7100쌍. 올해 결혼 인구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직장인 대상으로 한 평균 결혼 비용 조사를 확대하면 대략 65조6000억원 상당의 경제가 결혼에 의해 좌우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결혼 산업(?)은 결혼에 이르기 전 단계부터 활성화돼있다. 결혼정보업체 시장의 발전상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1980년대 후반 시작된 결혼산업은 1990년대 초 50억원 규모로 그 시장이 성장하더니 1990년대 후반에는 자본금 5억원 이상의 대형 업체들도 탄생했다. 2000년대 초 5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결혼정보시장은 지난해 그 규모가 1000억원까지 커졌다. 결혼정보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회원수만 해도 11만명으로 추산된다.
결혼정보업체의 수만 해도 지난해 기준 1193개다. 이 중 대부분은 1인 업체 등 영세한 규모다. 결혼정보업체는 신뢰도가 중요하다는 특성상 규모가 큰 업체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상위 6개 업체로 꼽히는 듀오, 가연, 닥스클럽, 선우, 행복출발, 디노블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다.
결혼정보업 시장은 성장이 꾸준한 것이 큰 매력이다. 누구나 한 번 쯤은 결혼을 생각하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요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업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고성장하는 희한한 직종이기도 하다. 어려운 시기에는 가정을 꾸리고 안정감을 느끼려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8년 IMF 직후가 결혼정보업체들에는 도약의 시기였다. IMF 한파로 인해 직장을 잃은 여성들이 결혼으로 눈을 돌리면서 업체마다 회원 수가 2~7배나 늘어났던 것이다. 미국, 유럽과 맞물린 금융위기를 맞는 동안에도 연 21%의 고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업계의 평균 성장률인 15% 가량의 성장이 계속 이어진다면, 2015년께에는 1700억원대로 그 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혼 시장의 성장 못지 않게 이혼과 재혼시장도 크고 있다. 이혼은 사실상 재혼으로 이어지는 관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이혼 시장(?) 규모를 산출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혼이야기’라는 이혼 전문 잡지가 탄생하는 등, 이혼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재혼 시장은 전체 결혼 시장의 3분의 1 정도에 달할 정도로 그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그 시장 규모가 300억원대에 달한다는 것이다. 재혼 시장의 성장은 어려운 결혼 생활은 일찍 접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듀오 등 상위 6개 결혼정보업체에서의 재혼 서비스는 전체의 2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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